2012년 한국 프로야구에는 '전직 메이저리거' 여섯 명이 뛴다. 그들은 모두 3년 이상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뒤 국내로 복귀했다. 2006년 봉중근(31·LG)을 시작으로 2007년 최희섭(33·KIA), 2008년 김선우(35·두산)와 서재응(35·KIA)에 이어 올 시즌에는 박찬호(39·한화)와 김병현(33·넥센)까지 돌아왔다.
이들은 모두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복귀했지만 현재 처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안정적으로 적응한 선수가 둘, 고전하고 있는 선수가 둘, 아직 물음표가 달려있는 이가 둘이다.
6인3색. '전직 메이저리거'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활약에 따라 2012년 팀 순위가 요동칠 수 있다.
▶고진감래(苦盡甘來)-김선우·서재응
김선우는 지난해 16승을 올렸다. 2008년 국내 복귀 후 최고 성적이다. 김선우는 복귀 첫 해 6승7패 평균자책점 4.25로 부진했다. 하지만 매년 승수가 올라갔다. 빠른 직구 위주의 피칭에서 체인지업·커터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 기교파로 변신에 성공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김선우가 니퍼트와 함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서재응은 지난 시즌 김선우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복귀 첫해였던 2008년(5승5패 평균자책점 4.08)에 비하면 훨씬 안정된 구위를 선보였다. 2010년부터 2년 연속 130이닝 넘게 던졌다. 선발로 고정 등판하지 못해 지난 2년 동안 시즌 10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선동열 KIA 감독은 부임 후 "윤석민과 서재응은 선발"이라며 그를 올 시즌 선발로 고정시킬 뜻을 드러냈다.
▶와신상담(臥薪嘗膽)-봉중근·최희섭
봉중근은 지난 13일 지난해(3억8000만 원)보다 61%나 삭감된 1억5000만 원에 연봉 재계약을 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내며 팀 내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왼 팔꿈치 부상으로 4경기 출장에 그쳤다. 봉중근은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올 시즌 후반기 등판을 목표로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최희섭은 '무단이탈'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1월 마무리 훈련에 불참한 최희섭은 새해가 돼서도 팀 훈련과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선 감독과 KIA 구단은 그런 최희섭에게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 17일 '백기투항'한 최희섭은 광주에서 재활군과 함께 다시 몸을 만들고 있다. 구단과 팬들의 시선이 아직 곱지 않지만 최희섭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팀의 11번째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며 설 연휴도 반납하고 훈련을 했다.
▶금의환향(錦衣還鄕)-박찬호·김병현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는 어렵게 국내에 복귀했다. 그는 야구규약 105조 제3항에 걸려 올해 국내 복귀가 불가능했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가 '특별법'을 만들어 복귀를 허락했다. 과정은 어려웠지만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박찬호가 올 시즌 연봉(최대 6억 원)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그에 대한 시선은 더욱 따뜻해졌다.
김병현은 지난 17일 넥센과 총 16억 원(옵션 1억 원 포함)에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병현의 가세로 넥센은 단번에 올 시즌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김병현은 지난해 일본 라쿠텐에서 단 한 번도 1군 무대에 서지 못했지만 "꾸준히 운동을 해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