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39·전남 드래곤즈)는 K-리그 15년차 베테랑 골키퍼다. 1994년부터 네 차례나 월드컵에 나갔다. 기량도 여전히 뛰어나다.
전남은 지난 시즌 리그 최소실점(30경기 29실점)을 기록했는데 이운재의 공이 컸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이)운재는 알아서 잘 하니 터치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스스로 몸관리를 할 정도의 경험과 연륜이 쌓인 셈이다.
그러나 2012년은 조금 다르다.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전남은 1월 초 브라질 출신 골키퍼 코치 주앙 브리가티(48)를 영입했다. 자메이카 축구대표팀·포르투게사(브라질)에서 코치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이운재 관리와 후보 골키퍼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정해성 전남 감독은 "브리가티 코치가 워낙 까다로워 (이)운재도 쉽게 운동하기는 힘들 것이다"고 웃었다.
브리가티 코치는 팀 훈련에 합류하자마자 이운재를 비롯한 전남 골키퍼 4명의 기량을 테스트했다. 공을 주고받으며 순발력부터 몸동작까지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폈다. 브리가티 코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마음에 드는 점이 하나도 없다. 시즌 개막 전까지 제대로 된 선수의 몸으로 만들어 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 모습을 본 정 감독도 브리가티 코치에게 "골키퍼 훈련을 모두 맡길테니 알아서 한 번 해봐라. 훈련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곧바로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브리가티 코치는 오후 훈련이 없는 날에도 골키퍼들을 경기장으로 불렀다. 영하의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프로 15년간 온갖 힘든 훈련을 다해봤던 이운재도 "힘들어 죽겠다"고 했다.
정 감독은 "브리가티 코치가 운재의 화려한 경력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참이라고 해서 봐주는 건 없더라. 운재도 훈련에 잘 따라오고 있어 2012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운재는 경쟁자까지 나타나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 전남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우승팀 울산현대미포조선의 주전 골키퍼 김대호(26)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출전했던 이운재의 부담을 덜면서 경쟁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브리가티 코치는 "주전은 정해지지 않았다. 경쟁을 통해 이겨내야 골문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