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어둠 속에서도 빛은 보였다. 침체에 빠졌던 한국 프로복싱이 젊은 복서들의 활약 속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전 IBO(국제권투기구) 챔피언 김지훈(25·일산주엽)이 28일(이하 한국시간) 재기전에서 승리했다. 김지훈은 미국 워싱턴 에어웨이 하이츠의 노던 퀘스트 카지노 특설링에서 열린 야쿠부 아미두(27·가나)와 라이트급 10라운드 경기에서 심판전원일치(96-94 97-93 98-92) 판정승을 거뒀다. 초반 탐색전을 벌인 김지훈은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상대를 코너로 몰아가며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김지훈은 중반 이후에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포인트를 관리해 승리를 지켰다.
김지훈은 2009년 9월 졸라니 마랄리(남아공)을 9회 TKO로 꺾고 IBO 주니어라이트급 챔피언에 올랐다. 마이너 기구인 IBO 타이틀에 미련을 두지 않은 김지훈은 스스로 타이틀을 반납하고 체급을 올린 뒤 2연승을 기록해 IBF(국제복싱연맹)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까지 성사시켰다. 그러나 미겔 바스케스(멕시코)에 12회 판정패했고, 두 달 뒤 도전자 결정전에서도 리어나도 자파비냐(호주)에 지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국제 무대에서 1년여간 공백기를 가진 김지훈은 이날 승리로 세계 랭킹 재진입을 위한 발판을 놓았다.
김지훈의 승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 복서들의 상승세를 이어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히트맨' 이재성(29·록키)은 지난달 11일 일본 가나자와에서 마츠모토 아키히로(22)에게 1라운드 KO승을 거뒀다. 2006년 손정오가 히로시 요시야마에게 판정승한 후 일본 원정에서 무려 5년 3개월 만에 거둔 승리였다. 지난 15일에는 김동혁(26·제주맥스체)이 경주 양남 해수온천랜드 특설링에서 열린 OPBF(동양태평양 복싱연맹) 슈퍼페더급 타이틀전에서 로널드 폰틸라스(필리핀)에 2-1 판정승을 거뒀다. 한국 선수가 동양 챔피언에 오른 것은 7년 만이다.
세 선수의 활약은 최근 한국 복싱 지도부가 분란을 일으키고 있는 어려움 속에서 일어났기에 더욱 반가운 일이다. 한국권투위원회는 최근 비대위를 거쳐 전국통회를 통해 홍수환 회장을 새로 선출했다. 그러나 신정교 회장 직무대행 등 기존 권투위 집행부는 12일 전 프로 복싱 홍 회장을 사칭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는 등 대립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