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문을 펼칠 때, 독자들은 무엇을 보고 싶어할까. 지금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스포츠 뉴스를 소비할 수 있지만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신문을 목 빠지게 기다리던 때가 많았다. 그때 내가 스포츠 신문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들이다. 임춘애가 라면만 먹고 어떻게 뛰었는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유도 금메달을 딴 하형주의 발이 얼마나 컸는지, 박찬호가 어떻게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를 요리했는지, 도하의 기적으로 환호하던 그 순간 일본 열도는 얼마나 큰 비탄에 빠졌는지…….
스포츠를 통해 얻고자하는 건 즐거움이었다. 스포츠 신문을 통해 얻은 정보는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데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팀과 선수에 대해, 때로는 맞장구를 치며, 때로는 논쟁을 하며 얼마나 유쾌한 시간을 보냈던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축구협회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비리를 저지른 직원을 사직 처리하며 1억 5000만원을 지급했다. 축구협회는 행정을 일선에서 책임지는 김진국 전무의 사퇴로 파문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하지만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게 거액의 위로금을 줄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한 의혹은 하나도 풀리 지 않았다.
이런 내용을 다루는 기사는 축구면 보다는 사회면에 어울린다. 스포츠 팬이 원하는 건 이런 기사가 아니다. 그런데 지난해 승부조작 사건에 이어 올해는 축구협회 비리 의혹으로 축구계에는 어두운 뉴스만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 초 축구협회장 선거 때문에 올해는 축구인들 사이에 내분과 갈등이 심해질 가능성이 커 걱정이다.
그러지 않아도 살기 팍팍한 세상, 스포츠는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는 청량제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우리는 잠깐이나마 행복해지지 않은가. 정치가 썪고, 경제는 공정하지 않더라도 스포츠만큼은, 체육 단체만큼은 정정당당하고 깨끗해야 한다고 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축구협회의 위로금 파문에 대한 팬들의 실망도 크다.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한치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이번 일을 처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