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이 소속팀 아스널에서 계륵(鷄肋) 신세가 됐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좀처럼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골닷컴 영국판은 1일(한국시간)자 보도를 통해 '최근 풀럼이 아스널에 박주영의 임대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벵거 감독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풀럼은 최근 주포 보비 자모라를 이적료 500만파운드(88억원)에 퀸즈파크레인저스로 이적시켰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이자 주장이기도 한 박주영은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풀럼의 다급한 제안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스널의 주포 로빈 판 페르시가 올 시즌 쾌조의 활약을 보이고 있지만, 잦은 부상 이력 탓에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판 페르시의 부상에 대비한 '보험'으로 박주영을 남겨두겠다는 의미다.
박주영에겐 남은 시간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벵거 감독은 당초 박주영을 영입하며 "니클라스 벤트너(선덜랜드로 이적)의 빈 자리를 메우는 한편,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인한 전력 누수를 막기 위한 선택"이라 언급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1월이 박주영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배경이다. 그러나 박주영은 여전히 벤치를 지키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팀 전술에 적응하며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 볼 기회가 거의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당초 박주영이 맡을 것으로 기대했던 역할은 2개월간 임대 영입한 베테랑 공격수 티에리 앙리가 대신하고 있다.
네이션스컵 또한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당장 박주영의 경쟁자 마루앙 샤막이 조국 모로코의 조별리그 탈락과 함께 아스널에 복귀한다. 머지 않아 또 다른 공격수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도 돌아온다.
벵거 감독은 여전히 "박주영은 재능 있는 공격수이며, 후반기에는 역할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치밀하기로 소문난 벵거 감독이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검증받지 않은 공격수를 투입해 모험을 걸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주영에게 불어닥친 시련의 바람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