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21·삼성)은 '정영일(24·고양 원더스)의 동생'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2011년을 보내는 사이 '삼성 외야수 정형식'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아버지가 늘 몸집이 작은 저를 걱정하셨는데, 이제는 형에게 마음이 쓰이나봐요"라고 말했다.
광주 진흥고 졸업 후 미국으로 진출했던 '형' 정영일은 방출 설움을 겪은 뒤 지금 한국 최초의 독립팀 고양 원더스에서 훈련하고 있다. '동생' 정형식은 지난해 11월 한국 팀 최초 아시아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동생은 형이 걱정된다. 하지만 형을 믿는다. 정형식은 1일 "2년 정도 지나면 형과 제가 1군 무대에서 대결하는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정형식은 "아버지(정종호씨)와 어머니(나옥임씨)께서 식당일까지 하시면서 형과 나를 키웠다. 금전적인 어려움이 분명히 있었는데도 '너희들은 야구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큰 아들은 부모의 자랑이었다.
정영일은 2006년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1차전에서 13⅔이닝 동안 삼진 23개를 잡아내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동갑내기 김광현(SK·당시 안산공고)과 함께 고교 투수 랭킹 1·2위를 다퉜다. 정영일은 고교 졸업 후 미국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그러나 꿈꾸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하고 지난해 5월 방출됐다.
정형식은 "학창시절에는 형이 부러웠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체력, 야구 센스까지"라고 떠올렸다. 정형식도 유망주였다. 그는 진흥고 2학년때까지 투수로 활약하다 고 3 때 외야수로 전향했다. 짧은 시간에 정형식은 재능을 발휘했고 2009년 2차 2라운드(전체 12순위)에 삼성에 지명됐다.
2년간의 2군 생활을 잘 견뎌낸 그는 2011년 1군 백업 외야수로 등장했고, 지난해 11월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서 일본 챔피언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쳐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형식은 한 번 맘 먹고 키워볼 만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조금씩 성장을 거듭하면서도 정형식은 형을 걱정했다. "그렇게 야구를 잘하던 형이, 팀을 구하지 못하고 군 입대를 생각하는 모습이 참 안타까웠다." 다행히 고양 원더스가 정영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정영일은 "김성근 감독님 밑에서 예전 투구폼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의욕적인 형의 모습에 동생은 마음껏 웃었다. 정형식은 "형과 가끔 통화를 한다. 체력적으로 힘들다고는 하는데, 목소리가 밝다"고 전했다. 형제, 그리고 부모의 꿈은 같다. 일본 고치에서 훈련 중인 정영일은 "동생이 참 대견하다. 이제는 내가 더 노력해야 한다. 형제가 함께 프로야구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정형식은 "아버지가 꿈꾸는 일이다. 형과 나의 맞대결. 아마 직구를 던질 것 같다"며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