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시장 규모가 큰 기호성 상품인데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아 제조 및 판매사에게는 무거운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국내에서 큰 수익을 올리면서도 사회환원에 인색하고, 원자재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 올리기에만 급급한 수입 담배회사들은 이같은 책임을 다하지 않아 ‘먹튀’란 비판을 받는다. 반면 토종 담배회사인 KT&G는 매년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내놓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 담배업체는 최근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대해서도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외국계 가격 인상, 토종 동결
유명 외국계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PMK)는 지난 10일부터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의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200원(8%) 올렸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 담배회사 3곳이 모두 가격을 인상했다. BAT코리아(영국계, 던힐)와 JTI코리아(일본, 마일드세븐)는 지난해 4~5월 200원씩 담뱃값을 올렸다.
이들의 가격 인상 이유는 같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으로 경영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 하지만 원가상승이 문제라면 재무제표에 반영돼 이익이 줄어들어야 하지만 매년 영업이익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경우 영업이익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847억원, 947억원, 1332억원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국산 담배회사인 KT&G는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T&G 관계자는 "외산 잎담배 대비 2배 이상 비싼 국산 잎담배를 사용해 외국계 회사보다 원가 부담이 높지만 물가안정과 서민경제, 소비자의 부담을 감안해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극과 극
외국 담배회사들은 가격까지 올려가며 엄청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회공헌에는 인색하다. 2010년 489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필립모리스코리아는 기부금이 0원이다. 2009년에는 매출액의 0.02%인 8843만원이라도 기부했지만 2010년에는 전무하다. 다른 외국계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BAT코리아는 매출액 5870억원 중 0.052%인 3억1000만원, JTI코리아는 2211억원 가운데 0.063%인 1억4000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3개사를 모두 합쳐도 4억5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은 기부에는 짠돌이였지만 수익금 배당은 통이 컸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최근 3년간 당기순익의 95.5%인 2196억원을 배당금으로 해외 주주들에게 나눠줬다.
KT&G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출액의 약 2.3%인 2882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했다. 이는 전경련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평균(0.2%) 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치다. KT&G는 2006년 중장기 마스터플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사회환원 기본방향을 밝히고 2007년 전담부서를 신설해 매년 매출액의 2% 이상을 사회공헌활동에 쓰고 있다.
농가와의 상생도 천지 차이
외국과 토종회사의 농가수익 기여도도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 담배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계 3사는 국제시세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국산 잎담배를 전혀 구매하지 않는다. 특히 BAT코리아는 지난 2002년 국내 공장 설립 당시 국내산 잎담배를 사용하기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와달리 KT&G는 국산 잎담배를 전량 구매하고 있다. KT&G는 지난 2001년 제조독점폐지 및 2002년 민영화 이후 국산 잎담배 구매 및 농민 지원에 관한 의무가 완전히 사라졌지만 계속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