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윤종빈 감독)에서 살벌한 조폭이었던 하정우는 오는 29일 개봉하는 코믹 멜로 '러브 픽션'(전계수 감독)에서 천하의 '찌질남'으로 등장한다. 개봉일 기준, 불과 27일만이다.
지난 15일 '러브 픽션'의 첫 시사회를 통해 하정우의 이같은 180도 변신 모습이 공개됐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은 무명의 소설가 구주월. 사랑과 창작에 목말라하던 중에 만난 운명의 여인 희진(공효진)에 첫눈에 반해 열렬한 구애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완벽한 그녀가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이상한 취미가 있음을 발견하고 교제관계에 점점 위기를 맞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하정우는 전작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캐릭터들과는 또다른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다. '추격자'(08)의 살인마 지영민, '국가대표'(09)의 입양아 스키점프 선수 밥, '황해'의 절박한 중국동포 김구남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속 조폭 보스 최형배와는 거의 '극과 극'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300만 관객동원을 향해 순항 중이어서 같은 개봉 기간 중에 만나게 될 '러브 픽션'의 구주월은 더욱 낯설고 이질적일 수 있다.
하정우는 연애에 소심하고 서툰 구주월을 소화하기 위해 대사 처리에 더욱 만전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구주월의 희진을 향한 장문의 사랑 고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사를 외우기 보다는 캐릭터에서 우러나오는 것처럼 하고자 연습을 반복해서 많이 했다"고 말했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사랑스러운 여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공효진이 겨드랑이 털을 지닌, 연애에 쿨한 여자를 풀어내는 모습도 흥미롭다. 하정우의 변신에 못지않은 매력을 담고 있다.
'러브 픽션'은 '삼거리 극장'(06)으로 평단을 놀라게 했던 전계수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감독 자신의 연애 경험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