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레전드' 라데 보그다노비치(42)가 그의 조카 블라디미르 요반치치(24·이상 세르비아)에게 응원의 편지를 보냈다. 요반치치는 성남 일화의 새 외국인선수다.
라데는 1992년 포항에 입단해 94년 22골을 넣는 등 총 5시즌 동안 킬러 본능을 뽐냈다. 그는 지난해 팬들이 선정한 K-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선수를 꼽는 설문조사에서 2위에 올랐다. 그는 97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로 이적해 K-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에 진출했다.
라데는 하나밖에 없는 친누나의 아들 요반치치에게 어릴적 축구를 권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요반치치는 외삼촌의 강력추천으로 올 시즌 세르비아 명문 파르티잔을 떠나 성남으로 이적했다.
라데는 지난 17일 일간스포츠를 통해 조카에게 K-리그 선배로서 애정 어린 조언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왔다. 라데의 딸 크리스티나가 세르비아어로 작성 된 편지를 영어로 번역해 첨부해줬다.
라데는 "나의 조카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중 하나인 한국에서 축구를 하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니 대견스럽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훈련에 충실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팀 동료들을 존중해라. 그러다 보면 그들이 한국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고 썼다.
라데는 "만약 올 시즌 K-리그에서 20골을 넣지 못하면 휴가 때 세르비아에 돌아오지 마"라고 덧붙였다.
21일 성남 전지훈련장인 일본 가고시마 교세라 골프 리조트에서 요반치치를 만났다. 그는 외삼촌의 이메일을 읽어 내려가며 미소를 머금었다. 요반치치는 "20골을 못 넣으면 고국에 돌아오지 말라니. 농담도 잘하셔"라며 크게 웃었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올 시즌 요반치치에게 라데보다 두 배 많은 40골을 기대하고 있다. 요반치치는 "목표를 말하면 잘 이뤄지지 않는 징크스가 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요반치치는 "외삼촌은 한국 축구를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코치를 하고 싶어하는데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라데는 올 시즌 인천 유나이티드와 피지컬 코치 계약을 앞두고 자녀 교육 문제로 한국행을 포기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코치로서 K-리그로 돌아 올 생각을 하고 있다. 라데는 현재 세르비아에서 운영 중인 풋살 경기장의 이름을 '포스코(포항의 모기업) 아레나'라고 지을 만큼 한국 사랑이 각별하다. 라데는 요반치치가 뛸 K-리그 성남 개막전에 맞춰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