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전태풍(32·180㎝)과 울산 모비스 양동근(31·181㎝)은 프로농구 최고 가드다. 질풍 같은 돌파와 정확한 슛은 우열을 가르기 힘들다. 키는 작지만 동작이 재빨라 상대팀에겐 경계 1순위다. 전태풍과 양동근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다. 이들의 손끝에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
둘은 라이벌 의식이 강하다. 전태풍은 "내가 한국에서 최고 가드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양동근이 있었다. 수비를 잘해 깜짝 놀랐다"며 "양동근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양동근은 "전태풍은 1대1로 막을 수 없는 선수"라면서도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서야하는 상대"라고 평가했다.
지난 시즌까지는 매번 전태풍이 밀렸다. 양동근만 만나면 실책이 늘었다. 이기고 싶은 의욕이 강해서다. 2009년 혼혈 드래프트를 통해 한국에 왔을 때 "양동근이 한국의 최고 가드"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더욱 이기고 싶어했다. 개인기 위주의 전태풍은 능구렁이 같이 노련한 양동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상황이 뒤바뀌었다. 전태풍이 팀 플레이에 눈을 뜨면서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갔다. 여섯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18.5점을 기록했다. 득점은 시즌 평균인 15점보다 3.5점이나 많았다. 모비스만 만나면 펄펄 날아다닌 셈이다. 양동근도 맞대결에서 평균 16.7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번번이 전태풍에 밀렸다. 전태풍이 이끄는 KCC의 5승 1패 우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전태풍은 지난 시즌까지 양동근만 만나면 어려워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전혀 다르더라. 이 때문에 양동근도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양동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건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제자의 손을 들어줬다.
허재 KCC 감독은 둘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허 감독은 "전태풍이 햄스트링 부상이라 맞대결이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며 "전태풍이 양동근과 자존심 싸움을 하면 경기를 망칠 수 있다. 그러지 않도록 설명을 잘할 것이다"고 했다.
둘에게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전태풍은 국내 최장신 선수 하승진(221㎝)과 콤비다. 서로 '큰 사람', '작은 사람'으로 부르며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눈빛만 봐도 통한다. 양동근은 지난 2월 상무에서 제대한 함지훈(198㎝)과 찰떡궁합이다. 2009-2010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전태풍과 하승진이 뛴 KCC를 4승 2패로 꺾은 적이 있어 자신감도 충분하다.
TIP
KCC는 부상이 변수다. 하승진이 다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뛰느냐가 중요하다. 허재 KCC 감독은 "6라운드부터 하승진의 컨디션이 좋다. 다치지만 않는다면 모비스와도 해볼 만하다. 하승진이 신바람을 내면 KCC는 더 강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하승진은 올 시즌 발목과 허벅지가 좋지 않다. 54경기 중 10경기에 결장했다. 몸집이 크기 때문에 한 번 다치면 부상이 오래간다.
모비스는 테렌스 레더의 파울 관리가 중요하다. 레더는 올 시즌 37경기에 나와 일곱 차례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레더가 나갈 경우 KCC 하승진과 자밀 왓킨스의 골밑 공격을 막을 선수가 없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매 경기마다 레더에게 파울 관리에 대한 주의를 준다.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니 잘 알아들었을 것이다. 똑똑한 선수라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