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이어 KBS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방송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MBC의 경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뉴스 뿐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까지 결방사태를 맞고 있다. KBS도 파업기간이 길어지면 주요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두 지상파 노조의 요구사항은 결과적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다. 대의명분이 명확한만큼 상당수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상황. 하지만, 방송이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시청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정규 프로그램 결방과 편성불발 등 다양한 사태로 방송계 전반에도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MBC, '무한도전' 이어 '해품달'까지 결방 시청자불만 속출
지난 1월 30일부터 시작된 파업의 여파로 정상방송이 어려워진 상태다. 뉴스가 대폭 축소돼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뿐 아니라 '우리 결혼했어요' '우리들의 일밤'과 '무한도전' 등 주요 예능 프로그램도 각각 4~6주째 결방돼 스페셜 등 대체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다. 그나마 드라마의 경우 대체 인력을 투입하면서까지 정상방송을 강행했지만 6일 화제작 '해를 품은 달'의 김도훈PD가 종영을 눈앞에 두고 파업참여를 선언해 결방사태를 초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측이 파업 주도자들을 해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에 전념하고 있던 예능국과 드라마국 주요 관계자들까지 파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서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
주요 프로그램이 결방돼 후유증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국시청률 40%대를 웃돌던 화제작 '해품달'이 종영 2회를 앞두고 결방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인기 드라마를 볼모로 시청자를 우롱하는게 아니냐'는 항의성 글들이 올라왔다. 파업의 명분은 이해하지만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빼앗는 것 같아 아쉽다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시즌2를 준비중인 '나는 가수다'와 새 시트콤도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 정도가 큰 만큼 파업이 끝나도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KBS, 파업 시작 '개콘' '1박2일'등 인기예능 관계자들 갈등
KBS의 파업은 새노조를 중심으로 6일부터 시작됐다. 노조원은 1000명 정도로 주요 PD와 기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파급력이 만만치않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예능 '개그콘서트'의 서수민 PD와 '해피선데이-1박2일'시즌2의 최재형 PD도 새노조원으로 알려져있다.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해서라도 정상방송에 무리가 없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핵심인물인 연출자가 손을 놓는다면 파행을 피할수 없다는 분석이다. 일단, '개그콘서트' 측은 7일 오후 예정된 녹화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1박2일'도 11일 방송은 이미 찍어둔 분량이 있어 문제가 없다. 하지만, 9일 녹화가 예정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서수민PD와 최재형PD는 6일 오후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파업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KBS측 한 관계자는 "'1박2일'의 경우 이제 갓 출발선을 넘어섰다. 지금 고삐를 놔버리면 향후 프로그램을 정상화시키는 것도 어려워진다. 최재형PD 입장에서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서수민 PD 역시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드라마국도 비상이 걸렸다. 골칫덩이 경쟁작 '해품달'이 예정대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해품달' 종영후 새 수목극 '적도의 남자'를 내보내기 위해 4부작 '보통의 연애'를 긴급편성해 시간을 벌고 있었다가 낭패를 맞았다.
▶경쟁사 파업으로 반사이익, 또는
SBS는 경쟁사 파업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게 됐다. 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은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MBC와 KBS의 뉴스가 파행으로 치달을수록 SBS의 보도에 주목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MBC와 KBS에 비해 보도 부문에 취약하다는 이미지를 가진 SBS로서는 일종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드라마국은 오히려 갈등이 커졌다. 역시 '해품달'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작이 이번주 결방후 언제 방송재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새 수목극을 안전하게 내보낼 시기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일단 '해품달'의 19회와 마지막회가 방송될 것으로 보이는 14일과 15일에는 2부작 '가족사진'을 편성해 시간을 번다. 하지만, 그 다음주인 21일에는 더 이상 대체할 프로그램이 없어 새 수목극 '옥탑방 왕세자'의 방송을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 울상을 짓고 있다.
한편으로는 질책도 듣고 있다. 두 개 공영방송사 일원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걸고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방송 SBS는 자기 살 길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안 좋다는 여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