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에 나누기 바람이 불고 있다. 선수, 감독할 것 없이 주머니를 털어 구단 이미지 제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가장 먼저 기부를 시작한 사람은 전(前) 상주 선수 김정우다. 김정우는 매달 100만원씩 3년간 총 3600만원을 상주 상무 유소년팀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후원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공격수로 변신해 '뼈트라이커'란 별명을 얻는 등 맹활약했다. 선행을 벌인 게 보답이라도 받듯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전북과 좋은 조건으로 계약하기도 했다.
이한우 상주 사무국장은 "지난해 김정우의 어머니께서 꼭 도움을 주시겠다고 약속했는데 지키셨다"고 귀띔했다. 김정우의 어머니 정귀임(58)씨는 지난해 손수 만든 부채 1만 개를 관중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올해 2월 입대한 김재성 역시 기부에 나섰다. 김재성은 복무하는 기간 동안 상주시 소년·소녀 가장들을 매달 2명씩 선정해 20만원씩 총 960만원을 후원하기로 했다. 김재성은 "비밀로 하고 싶었다"며 쑥스러워했지만 구단이 개막전에서 전달식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사실이 알려졌다. 김재성은 "구단의 주인으로서 뭔가 하고 싶어서 그랬다. 아이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만나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새로 부임한 박항서 상주 감독도 기부 행렬에 동참했다. 박 감독은 K-리그 경기에서 승리할 때마다 20kg의 쌀 10가마를 상주시에 기부하기로 했다. 박 감독은 "상주시에 대한 감사와 애정의 표현"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홈 개막전에서 져서 죄송하다. 다음 경기에는 꼭 쌀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주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어두웠던 분위기를 바꿔보려는 의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상주는 지난해 연고지 이전 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승부조작 사건을 겪으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칭스태프와 기존 병사들은 물론, 신병들까지 깨끗한 팀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이한우 국장은 "최근 주장 김치곤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십시일반해 30만원을 걷어 구단 직원들에게 '식사라도 하라'며 전달했다"며 "선수들의 정신무장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