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부산 KT의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2쿼터 1분25초를 남기고 전자랜드가 38-24로 앞선 상황, 전자랜드 골밑에서 조성민(KT)과 허버트 힐(전자랜드)이 리바운드를 다투다 심판의 휘슬이 울렸다. 조성민의 파울이 선언됐다. 조성민은 두 팔을 벌려 황당하다는 표시를 했고 전창진 KT 감독은 심판을 향해 강하게 어필했다.
힐의 자유투 2개가 주어지자, 전 감독은 코트에 뛰고 있던 주전 5명을 동시에 빼고 벤치에 있던 표명일·양우섭·김영환·윤여권·김현민 후보 5명을 내세웠다. 경기 도중 5명 동시 교체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그리고 전 감독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아 턱을 괸 채 경기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심판 판정에 대한 무언의 항의 표시였다.
이어 1분4초를 남기고 전자랜드가 작전타임을 부르자, 전 감독은 벤치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선수들에게 작전지시도 하지 않았다. 코치들과 KT 선수들은 어쩔 줄 몰라 벤치 옆에 서 있기만 했다. 심판 판정에 전 감독은 단단히 뿔이 난 표정이었다. 결국 KT는 전반을 16점차로 뒤졌다.
이미 전 감독은 1쿼터 중반부터 수 차례 심판의 파울 선언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며 항의했다. 파울이 납득이 되지 않고, 판정이 전자랜드에 유리하다는 반응이었다. KT는 2쿼터에만 8개의 파울을 선언당했다. KT는 1~3차전에서 경기당 평균 21개(연장 제외)의 파울을 기록했는데, 이날 4차전에는 전반에만 14개의 파울을 했고 3쿼터까지 21개의 파울이 누적됐다.
전반전이 끝나고 연습 시간에 KT 선수들은 코트에 나오지 않았다. 전자랜드 선수들만 부지런히 몸을 풀었다. KT는 3쿼터를 베스트 라인업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경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3쿼터 4분 12초, 골밑 돌파를 하던 박상오가 상대 수비수에 부딪혀 넘어지고 공을 뺏겼지만 파울은 얻지 못했다. KT는 되려 전자랜드의 속공을 저지하려다 인텐셔널 파울을 선언당했다. 전 감독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박상오의 공격 장면에서 수비 파울이 아니냐'고 재차 심판에 물었다. 이후 KT는 사실상 경기를 포기했다.
전자랜드는 힐(30점 16리바운드)과 문태종(18점 11리바운드) 쌍포를 앞세워 84-57로 대승,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최종 5차전으로 끌고 갔다. 두 팀의 5차전은 16일 부산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