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기가 군복을 벗기 무섭게 앨범을 준비 중이고, '국민 연하남' 박해진은 일본에서 싱글을 발표한데 이어 전국 투어 콘서트까지 열었다. '톱스타' 소지섭은 또 한 번 래퍼로 변신해 최신 힙합 음악으로 클럽을 강타할 작정. 이쯤 되면 배우들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가수들이 무대를 뛰쳐나와 스크린·브라운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데 자극 받은 모습. 2012년 배우들의 때 아닌 가요계 러시를 살펴봤다.
▶이준기 가수 꿈 이루나
이준기가 2009년 앨범 '제이 스타일' 이후 약 3년 만에 가수에 재도전한다. 제대와 동시에 드라마 차기작을 일찌감치 결정하고 음반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일본에서는 16일 싱글 '듀서(Deucer)'를 발매하고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작사·작곡가가 정해지는대로 작업을 시작해 4월 25일이면 새 앨범이 나온다. 이준기가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할 지는 미지수다. 2009년에도 음악 프로그램 출연 등 방송 활동은 전혀 하지 않았다. 팬 미팅을 위한 앨범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이준기가 노래와 춤에 워낙 관심이 많은데다, 2년 만에 팬들을 만나는 만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소속사 관계자는 "음반이 4월에 나온다는 것 외에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단 이준기가 워낙 음악 활동에 욕심이 크다.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방송되기 전까지 가수 활동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소간지' 파격 변신에 재미 붙여
지난해 소지섭이 펑키힙합 가수로 변신한 것을 두고 일회용이라고 했다. 두 번은 못할 만큼 파격적이었다. '톱스타'의 외도 정도로 생각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소지섭이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는다. 20일 힙합 스타일의 미니앨범 '북쪽왕관자리'를 발표한다. 랩은 물론, 내레이션까지 소화했다. 허각·바비킴·소프라노 한경미 등 정상급 보컬리스트와 입을 맞췄다. 소지섭은 지난해 '픽 업 라인'이라는 힙합곡을 공개했다. 끈적끈적한 가사와 섹시한 바운스가 도드라지는 곡. 뮤직비디오에서 부스스한 머리스타일을 하고 섹시한 손짓을 하는가 하면, 호피 무늬 재킷을 입고 춤까지 췄다. 각종 음원 차트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을 정도로 반응도 좋았다.
관계자는 "소지섭이 워낙 힙합 마니아인데다가, 배우로서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주길 원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은 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민 연하남' 노래로 열도 녹였다
박해진은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MBC '에덴의 동쪽' 등이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한류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가수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해진은 지난해 싱글 '운명의 수레바퀴'로 오리콘 인디즈 싱글 차트 2위에 올랐다. 이후 '휴루리 휴루리' 등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한국 드라마 출연이 없었지만 가수 활동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어 오사카·도쿄에서 3000석 규모의 콘서트를 열었다. 장근석·류시원 등에 비하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가수 활동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해진 소속사 관계자는 "팬들의 콘서트 문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박해진이 노래에도 재능이 있고, 일본 팬들도 드라마와 가수 활동을 병행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가수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배우가 마이크 잡는 이유는
배우들의 외도는 일본 팬미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본에서 한류 스타 대접을 받는 배우들의 주 수입은 역시 팬미팅이다. 티켓이 약 10만원에 달하는 고가에 판매되기 때문에 퀄리티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2시간에 달하는 팬미팅을 이야기로 때울 수 없다. 노래가 빠질 수 없다. 고 박용하·류시원 등 일부 배우를 제외하고는 초대 가수를 무대에 세웠다. 하지만 장근석·이준기·박해진 등 노래·춤이 탁월한 배우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국내·일본에서 싱글을 발표해, 음반 매출 수익을 올리고 팬미팅 콘텐트도 확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다. 앨범 발매로 이미지 변신을 꾀할 수도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배우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식상함이다. 비슷한 캐릭터로 몇 작품 소비되고 나면 대중은 지겨움을 느낀다. 그럴 때 깜짝 가수 변신으로 새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빈·윤상현처럼 드라마로 대박을 친 다음, 바로 싱글을 발표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