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에게는 외국인 선수를 막게 하는 게 작전의 정석이다. 정석이 통하지 않을 땐 변칙적인 승부수를 띄워야한다. 강동희 원주 동부 감독이 꼭 그랬다. 강 감독은 김주성(33)을 1차전과 다른 방법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그 작전이 절묘하게 통했다.
동부는 19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66-59로 승리했다. 동부는 1승 1패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1차전에서 동부는 로드 벤슨이 테렌스 레더를, 김주성이 함지훈을 마크하도록 했다. 강 감독은 "주성이가 함지훈을 막지 못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주성이가 함지훈에게 무너져 팀 전체가 흔들렸다"고 분석했다. 그는 "2차전에는 벤슨이 함지훈을 막게 할 것이다"며 "(김)주성이가 레더만 막는게 편하다고 했다. 1차전 같이 주성이가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그림이 또 나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주성은 1차전에서 함지훈에 막혀 11점에 그쳤다. 반면 함지훈은 김주성을 상대로 18점을 꽂아 넣었고, 동부는 60-65로 패했다. 연봉 7억 원으로 KBL 최다 연봉자인 김주성으로써는 자존심이 상한 경기였다. 두 번 실수는 없었다. 그는 수비에서 외국인 선수 레더를 상대했다. 그가 수비한 레더는 32점(10리바운드)을 기록했다. 레더는 넣을 만큼 넣었지만 실수도 많았다. 김주성은 파이팅 넘치는 수비로 레더의 턴오버를 4개나 끌어냈다. 또 동부는 벤슨(25점·16리바운드)을 활용해 함지훈은 8점으로 묶을 수 있었다. 함지훈은 2쿼터 5분 51초가 돼서야 첫 득점을 올렸다.
김주성은 12점을 넣었다. 득점에서 1차전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활로를 뚫어줬다. 그는 4쿼터 23초 만에 골밑슛을 넣어 점수를 12점 차로 벌렸다. 4쿼터 시작과 동시에 48-36으로 앞선 동부는 끝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켰다. 1차전에서 8점으로 침묵했던 박지현과 이광재가 버틴 가드진도 살아났다. 박지현(11점·5어시스트)은 4쿼터 3분 57초를 남기고 결정적인 3점포를 꽂아 넣어 모비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광재도 3점 슛 1개를 포함해 10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김주성은 "함지훈과 자존심 싸움은 생각하지 않았다. 자존심 싸움에서 이겨도 팀이 진다면 이긴 것이 아니다"며 "1차전 패배를 잘 추스르고 승리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반면 모비스는 플레이오프 기간 동안 터져주던 3점슛이 침묵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날 박구영(9점)과 양동근(9점) 등이 23개의 3점 슛을 던졌지만 4개만 성공시켰다. 레더를 제외하고 두 자릿 수 득점을 올린 선수는 없었다. 유재학 감독은 "반격할 기회가 있었는데 3점슛이 터지지 않았다. 3점슛을 가지고 승부하려 했는데 안 됐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두 팀의 3차전은 21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