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영훈이 데뷔후 처음으로 미니시리즈의 주요 배역을 따냈다. 지난 2월 종영한 JTBC '발효가족'에서 화려한 요리실력을 갖춘 오해준 역을 맡아 열연한 것. 참신한 신인 정도로 인식되기 쉽지만 사실 경력은 만만치않다. 2001년 드라마 '화려한 시절'이 데뷔작. 이후 '미남이시네요' '즐거운 나의 집'에 모습을 보였고 영화 '심장이 뛴다' '조선명탐정' 등에도 출연했다. 연극 '콘트라베이스' 등의 주연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강력반'에서 사이코패스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당시 서늘한 눈빛과 섬짓한 표정으로 방송 관계자 및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15일 CGV를 통해 개봉한 저예산영화 '홈 스위트 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중산층의 남자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담은 영화다.
-서울예대 출신인데 특히 친한 동기는 누군가.
"최근 고창석 형이 동기 중 가장 멋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애초 학교에 들어올때부터 나이가 많았고 고생도 많이 했다. 잘 생기진 않았지만 천상 배우다. 당시 형이 남대문 인근에서 자취를 했는데 매일같이 그 방에 몰려가 술을 마시곤 했다. 심지어 형이 결혼하고 난 뒤에도 그 집이 아지트처럼 쓰였다. 형수 역시 연극배우라 그런 일이 가능했다. 성공한 뒤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데 그 집으로 동기들을 종종 부르곤 한다."
-'발효가족'의 현장분위기는 어땠나.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연출을 맡은 박찬홍 감독님은 현장에서 막내 스태프의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주셨다. 종방연 때 스태프와 연기자들의 얼굴을 찬찬히 둘러보시더니 눈물을 글썽이면서 '다 됐다. 기억했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뭉클했다.
-감독으로부터 사랑받는 연기자였나.
"아니었다.(웃음) 오히려 너무 혹독하게 대하셔서 많이 서러웠다. 다들 내가 얼마 못 버티고 그만둘 것만 같았다고 하더라. 그렇게도 엄했던 감독님이었는데 막상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 내 손을 잡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그 말 한 마디에 쌓인 감정도 모두 녹아내렸다."
-'강력반'에서 보여준 연기가 화제였다.
"당시 '강력반'의 감독님이 내 목소리를 듣고 배역을 줬다. 그런데 첫 촬영때 너무 순진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걸 보고 '잘못 캐스팅했다'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순진해보이다가 돌변하는 캐릭터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연기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오해하신거다. 어쨌든 '강력반' 이후로 일이 잘 풀렸다."
-'발효가족'에서 함께 한 박진희는 어땠나.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배우다. 환경운동 역시 마찬가지다. 차를 타고 가다가도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내려서 줍고 가더라. 무엇보다 최고의 연기를 끌어내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천상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이 워낙 감성적이라 현장에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데 박진희에게서는 그런 면을 찾아볼수 없었다."
-송일국과도 친해졌나.
"극중 같은 장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이였다. 그런데도 처음엔 좀 불편했다. 일국 형이 워낙 예의가 바르고 생활도 철저하다. 내가 한참 어린데도 깍듯하게 존댓말을 써 불편했다. 지금은 아주 편한 사이가 됐다."
-어떤 연기를 해보고 싶나.
"좀 더 처절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멜로를 하더라도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