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지상파 3사의 수목극이 일제히 시작된 가운데 하지원·이승기 주연의 MBC 드라마 '더킹 투하츠'(극본 홍진아, 연출 이재규)가 전국시청률 16.2%로 성큼 앞서나갔다. SBS '옥탑방 왕세자'와 KBS '적도의 남자'도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빠른 장면 전환이 돋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더킹 투하츠'가 비교우위였다.
이 중심에는 변화무쌍한 배우 하지원이 있었다. '더킹 투하츠'에서 하지원은 북한 특수부대 장교 김항아를 연기했다. 군복 속에서는 누구보다 강렬한 카리스마의 군인이지만 일상에서는 재기 발랄하고 멋진 남자와의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였다. 세계장교대회(WOC)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한 북한대표 선발전에서 홍일점으로서 가공할만한 전투 액션을 선보였다. 2003년 그의 출세작 '다모'의 여형사나 '시크릿 가든'(10)의 열혈 스턴트우먼 길라임, 혹은 영화 '7광구'(11)에서 남자들 틈바구니에서도 기죽지 않는 근육질의 석유시추요원 차해준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친구들의 소개로 데이트하러 가는 장면에선 싱그럽고 사랑스러웠다. "노처녀 되기 전에 꼭 남자친구 사귀라"는 친구들의 조언을 새겨듣고 어떻게든 남자에게 잘 보이려는 대목이 유쾌했다. '발리에서 생긴 일'(04)의 톡톡튀는 이수정이나, '황진이' 속 황진이 같은 여성적 매력이 드러났다.
북한대표로 선발돼 남한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그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지원의 남자들'을 실명으로 언급하는 대목은 능청스럽고 코믹했다. 남한 거리의 전광판 광고 속 비를 보고 "저 사람은 정지훈이다. 율동가수인데 군에 들어가 지금은 신입병사"라고 하거나, 현빈을 보고 "군대간 지 1년 밖에 안 됐다. 남한에서 제일 세다는 해병대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적당한 톤의 북한 사투리 대사가 때론 강인하면서도 때론 유머러스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5월이면 하지원이 또한번 극과극의 변신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하지원은 5월 개봉 예정인 영화 '코리아'(더타워픽쳐스 제작, 문현성 감독)에서는 남북단일 탁구팀의 남측 선수 현정화를 연기한다. 1991년 세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사상 최초로 결성됐던 남북단일팀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다. '더킹 투하츠'에서는 북한군 장교였다가 불과 두 달여만에 영화에선 남한의 대표선수로 변신하는 것이다. 시기적으로 촬영은 '코리아'가 먼저였으므로 하지원은 영화 속에서 북한 사투리를 간접적으로 공부하면서 '더킹 투하츠'의 김항아를 만들어간 셈이다.
이로써 하지원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면서 가장 믿을만한 흥행배우임을 다시 입증했다. '더킹 투하츠'의 성공적인 출발로 드라마에선 '다모' 이후 5개 작품 연속 히트작을 내게 됐다. 또 영화에선 '해운대'(09)로 '1000만 여배우'에 등극한데 이어 '내사랑 내곁에'(09)와 '7광구'를 거쳐 '코리아'에서 무한한 캐릭터의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