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성호(35)는 지난 22일 청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1-0으로 앞선 3회말 1사 2·3루 찬스에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왼 어깨 수술 뒤 3개월여 만의 1군 복귀전이었다.
상대는 지난해 15승(6패)을 올린 두산 외국인 에이스 니퍼트(31). 복귀전 첫 상대로 강적을 만났지만 장성호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는 장성호의 쐐기 타점에 힘입어 한화는 두산을 4-1로 꺾었고, 시범경기 중간 순위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장성호는 두 번째 출전인 25일 삼성전에서도 3타수3안타로 활약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장성호는 첫 시범경기를 마치고 "타석이 그리웠다"고 했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9년 연속 타율 3할을 넘긴 '스나이퍼'답지 않은 소박한 소감이었다. 지난 2010년 6월 우여곡절 끝에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장성호는 "감독님께 죄송해서라도 올해는 무조건 많은 경기에 나가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보내다 보니 예전 생각이 난다"며 KIA 시절인 200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온 최희섭(33)에게 밀려 주포지션인 1루를 내주고 외야로 갔던 때를 떠올렸다.
장성호는 "그때 외야에는 1년 후배인 김원섭(34)이 활약하고 있었다. 내가 외야로 가서 원섭이가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 원섭이가 참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될 만하면 경쟁자가 나타나고 또 부상에 발목을 잡혔던 당시 원섭이가 지금 내 심정과 비슷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경쟁은 언제나 있는 것이지만 데뷔 첫 해인 96년부터 14년(해태 5년 포함) 동안 입었던 KIA 유니폼을 벗고 낯선 한화에 와서 부진과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다 보니 문득 자신으로 인해 힘들었을 후배 생각이 난 것이다.
장성호는 "원섭이가 시범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이 쉽지는 않겠지만 생각해보면 KIA 외야에는 항상 원섭이가 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꾸준하다는 의미다. 올해는 시즌 초반 감이 좋으니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자신에 대한 다짐도 잊지 않았다. 장성호는 "그토록 그리던 타석에 돌아왔으니 이제 다시 시작"이라며 "컨디션이 100%가 아니고 스윙 폼도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몇 경기 더 치르다보면 실전 감각이 올라올 것이다. 감독님께서 기회만 주신다면 남은 시범경기에도 최대한 많이 나가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