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사래를 치다가도 "삼성이 확실히 강해요. 다른 팀이 4강의 나머지 세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하는데 KIA는 마무리가, 롯데는 이대호의 공백이…"라며 8개 구단의 강약점을 파헤친다. 50년씩을 야구에 몸담은 김인식(65)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과 허구연(61) MBC 해설위원. 간간이 터지는 웃음 속에도 '뼈'가 있다. 올 시즌 일간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독자들에게 '날카롭고도 즐거운 야구 이야기'를 전할 야구계 큰 어른들이 2012년 프로야구를 전망했다. 결말은 열려 있다. 하지만 김 위원과 허 위원의 대담 속에 올 시즌 프로야구를 점쳐볼 만한 복선들이 보인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두 해설위원과 함께 8개 구단을 낱낱이 해부했다.
▶'1강' 삼성, 굳이 약점을 꼽자면
김인식(이하 김) "삼성은 외국인 선수 혹은 신인 등 새 얼굴에 대한 의존도가 적은 팀이다. 기존 전력만으로도 성적을 낼 수 있다. 가장 안정된 전력을 꾸렸다는 의미다. 성적을 내는 것은 투수력이다. 삼성은 선발·중간·마무리가 잘 짜여졌다. 지난해에는 공격력이 다소 문제였는데 올해는 이승엽이 있지 않나. 당연히 공격력이 강화됐다. 우승 후유증? 없을 것이라 본다."
허구연(이하 허) "선배님 말씀대로 삼성이 최강이다. 삼성은 전력 이탈 없이 2012년 시즌을 맞이했다. 그래도 단점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디펜딩 챔피언의 가장 큰 적은 부상과 자만심이다. 지난해에 KIA는 부상만 없었다면 정규시즌 1위도 가능했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강팀도 부상 변수를 이겨낼 수는 없다. 또 경계해야 할 것이 자만심이다. 전력상 약점도 조금은 보인다. 승리 불펜인 권혁·정현욱의 힘이 다소 떨어질 기미가 보이는 것 같다. 물론 이것도 '기미'만 보인다(웃음). 진갑용의 뒤를 이을 포수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류중일 감독의 고민일 것이다. 이제 삼성은 다른 팀의 도전을 받는다. 둘 중 하나다. 확 치고 나가 다른 팀이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던가,우승을 노리는 팀이 삼성에 더 대차게 붙던가."
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저 정도 고민만 있으면, 감독이 참 행복하지. 류 감독은 지난해처럼만 팀을 이끌고 가면 된다."
▶SK, 이만수 감독 천천히 움직여야
김 "전력은 오히려 나아진 것 같다. 낯선 투수들(김태훈·박종훈·임치영)의 구위가 좋더라.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전력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 사령탑이 바뀌었다. 변수가 있다."
허 "새로운 사령탑이 조심해야할 부분이 있다. 팀 컬러를 바꾸는 것은 좋다. 그러나 무리하게 색깔을 바꾸면 선수들이 혼란스러워진다. 점진적으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SK의 경우 전임 김성근 감독의 짜임새 있는 야구에 익숙해 있는데 이만수 감독의 굵은 야구에 갑자기 적응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정확한 진단 속에서 선수나 팀 분위기를 바꿔가야 한다. 이만수 감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성적이 말해주지 않겠나."
김 "선동열 KIA 감독은 해태(KIA 전신)에서 오래 뛰었고, 삼성에서 감독으로 우승도 해봤다. 강경하게 움직여도 이해를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은 아직 감독 경험이 많지 않다. 천천히 움직여도 괜찮을 것 같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는 신뢰가 쌓여야 한다. 그냥 '감독이 나를 믿어주는구나'라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감독의 말을 따르면, 내 성적도 오르겠구나'라는 신뢰가 쌓이면 선수들이 마음으로부터 움직인다."
허 "야구단 자체가 본질적으로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강하게 말하면 '저 사람이 나에게, 내 기량 향상에 득이 되냐 안 되냐'를 먼저 본다. 코치나 감독의 능력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SK는 김광현·송은범이 돌아올 때까지 선발진을 어떻게 꾸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외국인투수 2명의 성적이 중요하다. 조인성·정상호가 어떻게 투수들을 이끄느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롯데, 이대호 공백이 너무 커
김 "장원준(군 입대)이 빠진 것도 문제지만 이대호(일본 오릭스 진출)의 공백이 더 커보이더라. 공격력이 많이 죽었다. 조성환이 예전만큼 날카로운 타격을 선보여야 하는데…. 홍성흔은 늘 제 몫을 하는 선수다. 그러나 5번에 있을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야구는 '멘털 게임'이다. '그냥 타순'이라고 하기엔 4번타자는 정말 중요한 자리다. 스스로 혼란을 느낄 때가 있는데, 홍성흔도 그렇지 않을까."
허 "이대호는 라커룸에서도 '무게감'을 드러냈다.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령탑이다. 군기를 잡는 역할을 이대호가 했다. 후배들은 이대호의 한 마디에 꼼짝 못했고, 선배들도 이대호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이대호처럼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선수가 군기반장 역할을 하면 더그아웃 분위기가 확실히 정리된다. 이대호가 없는 2012년 롯데에 누가 이런 역할을 할 것인가."
김 "이승호·정대현(FA 영입)가 들어와서 표면적으로는 투수력이 강화됐다. 하지만 이승호가 제 공을 못 던지더라.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대현은 부상에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전력감이 될 것이다. 지난해까지 롯데는 선발보다는 불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올해에는 반대가 될 수 있다. 송승준·사도스키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이 없다."
허 "장원준의 공백을 정대현과 이승호로 메우려고 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에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
▶KIA, 김인식 "우승후보 맞아?" 허구연 "확실합니다."
김 "많은 전문가들이 KIA를 우승 후보로 꼽더라. 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시범경기를 통해 '무척 강하다'라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선발·중간·마무리가 확실하지 않다. 삼성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선동열 감독의 투수 조련 능력은 뛰어나다. 그러나 없던 투수가 갑자기 나타나지는 않는다."
허 "KIA가 5월까지는 고전할 수 있다. 하지만 6월부터는 치고 올라갈 것이다. 양현종이 시즌 시작과 함께 할 수는 없어도, 결국 선발로 돌아오지 않겠는가. 마무리도 시행착오를 겪을지 몰라도 결국 안정을 찾을 것이다. KIA의 전력은 지난해에도 좋았다. 지금 전력 그대로 시즌을 치른다고 가정한다면 삼성과 양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물론 전력상의 문제도 있다. 마무리투수와 포수 쪽이 약하다. 마무리는 지금 확실치 않고, 포수 차일목·김상훈의 몸 상태도 미지수다. 그리고 이종범·최희섭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밖에서 눈치채지 못해도,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팀 케미스트리(화학 반응, 융화)다. 선 감독이 단속해야할 부분이다."
김 "글쎄, KIA는 전력이 불확실하지 않나. 확실치 않으면 변수에 따라 팀이 흔들릴 수도 있다."
허 "물론 투수쪽에는 '미지수'가 많다. 그러나 KIA에는 공수주를 갖춘 야수가 많다. 이현곤 등 내야 백업 멤버도 좋아졌다. 그리고 최희섭은 결국 KIA 중심타선에 돌아오지 않겠나. 최희섭이 없는 KIA 타선은 삼성·SK보다 약하다."
김 "최희섭 문제는 구단의 방침대로 움직여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KIA에는 왼손 거포가 필요하다. 최희섭을 잘 달래는 것도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해야할 역할이다. 최희섭의 부재는 공수 모두에 영향을 끼친다. 김상현은 아직 1루 수비에 익숙하지 않다. 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최희섭이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