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이면 기현상이다. '슈퍼스타K3'출신 버스커버스커가 인기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올상반기 방송계 히트 상품이 김수현이라면, 가요계 히트상품은 단연 버스커버스커다. 지상파 출연 한 번 없이 데뷔앨범 '버스커버스커'가 줄줄이 컴백한 인기 아이돌 음반을 제치고 각종 차트를 휩쓸고 있다. 음원차트엔 타이틀곡 '벚꽃엔딩'을 비롯해 '여수 밤바다' '이상형' '골목길' 등이 수두룩하게 올랐다.
앨범 수록곡 11곡 전곡이 차트 상위곡에 포진돼 있다. 아이돌로만 '우향우'돼 있던 가요 기획사들은 '버스커버스커 현상'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의 진짜 이유는 뭘까. 이들의 인기는 과연 거품일까.
아이돌 외모+ 복고풍 음악+슈스케 홍보력 = 버스커 인기
가요 관계자들 셋만 모이면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분석에 열을 올린다. 처음에는 '장범준의 가창력은 정말 별로다' '금방 사그라질 인기'라고 했지만, 웃어넘기기엔 인기세가 무섭다. ‘빅뱅급 인기’란 얘기도 들린다. 가수들까지 '버스커버스커 앓이'에 가세해 박진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아름다워서 아프다'며 극찬했고, 김C는 '내게 자극을 준다. 지지한다'며 인기에 불을 지폈다.
전문가들은 '버스커버스커 현상'을 인디스러운 자유로운 음악에 더해진 '슈퍼스타K'의 홍보력으로 분석한다. 김창우 SBS MTV 제작팀장은 "홍대에서 자유롭게 음악을 하던 장범준의 인디스러움이 매력적이다. 연예기획사에서 트레이닝 받은 가수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운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Mnet 신형관 국장은 "멤버 전원이 호감가는 아이돌풍의 외모를 가졌는데 음악은 복고풍의 아날로그 느낌이 묻어난다. 반전의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실제로도 멤버들은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독특한 감성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우진 대중음악 평론가는 음악보다는 '슈퍼스타K'의 홍보력에 무게를 뒀다. "사실 홍대 인디신에서는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벚꽃엔딩'이나 '여수밤바다'는 완성도도 괜찮지만 앨범 자체가 명반이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슈퍼스타K'를 통해 워낙 홍보가 잘 돼 있어서 집중도가 높은 상황에서 음악을 발표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컸던 것 같다"고 평했다.
가요계 아이돌 제작, 버스커가 제동?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는 절묘하게 대중문화계의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김창우 팀장은 "영화 '건축학개론'과 드라마 '사랑비'등 영화·방송에서 복고 정서가 사랑 받고 있다"면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첫사랑' 등도 옛추억의 정서를 불러 일으키며 중장년층에게도 어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과 '성대'과시에 지친 가요팬들에게 아날로그 음악의 편안함이 잘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설득력이 있다. 최근 앨범을 낸 한 가수는 "'아이돌 음악 피로감'이란 말이 있더라.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너무나 지쳐 있다는 얘기다. 그때 딱 '슈스케'를 통해 아이돌급 팬을 거느리고 있는 버스커버스커가 등장해 아날로그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방송계에도 '나는 가수다''불후의 명곡' 등에서도 폭풍 가창력을 내세운 가수들이 한창 인기를 얻었다. 귀가 피로한 시점에 장범준의 어눌한 창법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인기로 인해 비주얼 중심의 아이돌로 쏠리던 가요계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한 가요제작자는 "신인 댄스그룹은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 PD들도 이젠 댄스그룹 앨범을 들고 가면 '지겹다'면서 새로운 음악을 원하더라"면서 "음악만 좋으면 공중파 한번 안해도 뜬다는 걸 버스커버스커가 보여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우진 평론가는 "버스커버스커를 통해 홍대 인디신의 음악을 찾아듣는 분위기가 생긴 것은 좋은 순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버스커버스커 같은 컨셉트를 따라해서는 절대 답이 없다.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음악을 했다면 버스커버스커도 제 색깔을 잃었을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슈퍼스타K3'출신의 버스커버스커가 '슈퍼스타'급으로 급성장했다. 데뷔앨범 전곡이 사랑받으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