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규는 스타 플레이어답게 별명이 참 많다. 적토마, 라뱅, 올해 주장을 맡으면서 생긴 캡틴까지. 그 중 이병규는 "신인 때 생긴 적토마가 가장 좋다. 당시엔 (이)대형이처럼 도루를 많이 하진 않았어도 그라운드를 마구 뛰어다녔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라뱅'은 어떨까. 라뱅은 이병규가 수비나 주루할 때 동네 가게에 라면 사러가듯 설렁설렁 뛴다고 해 붙은 별명이다. 이병규는 "요즘은 적토마보다 라뱅으로 불러주시는 팬들이 더 많더라. 관심의 표현이니 고맙게 생각한다"며 웃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분'이란 별명도 있다. 이병규는 지난해 5월4일 두산전에서 투런 홈런 두 방을 쳤다. 하지만 팀은 4-5로 역전패했다. 경기 뒤 이병규는 격려하는 팬들에게 "하나 더 쳤으면 이겼을 텐데…"라며 미안해했다. 이 말에 감동받은 몇몇 팬은 그 뒤 이병규의 이름을 차마 부르지 못하고 '그분'으로 대신하고 있다.
②벌거벗고 스윙하는 이병규
이병규는 원정 경기가 끝나면 외출을 삼가고 숙소에 머문다. 다른 선수와 마찬가지로 쉬기도 하고 TV도 보지만 이병규가 따로 하는 일이 있다. 그는 "좀 이상하다 싶으면 방에서 옷을 다 벗고 (섀도) 스윙을 한다"고 했다. 왜 굳이 나체로 하는 걸까. 이병규는 "밤이 돼 어두워지면 유리창에 내가 비친다. 스윙을 하면서 타격 자세나 밸런스, 스윙 궤도를 다 살펴볼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요즘은 독방을 쓰지만 과거 동료와 방을 같이 썼을 땐 반바지 차림으로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방망이를 휘둘렀다 한다. 이병규는 올 시즌 개막 전날인 6일 밤에도 대구 숙소 방에 방망이를 챙겨가 옷을 다 벗고 스윙 훈련을 했다. 7일 터진 만루홈런 뒤엔 이런 노력이 숨어 있었다.
③이병규는 아들 바보
야구 선수는 월요일이 유일한 휴식일이다. 이날 이병규는 가정에 충실한 아버지가 된다. "'쉬는 날은 가족과 함께'가 철칙"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두 아들을 데리고 놀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과다. 이병규는 "2주 전에 롯데월드에 갔고 오늘(9일)은 분당 체험센터에 간다. 대하 축제도 가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남 승민(7)군과 차남 승언(5)군은 아버지와 놀러가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병규는 "아내가 애들 공부시키고 가끔 혼내고 하니 애들이 날 좋아하는 것 같다. 어디 가자고 하면 그렇게 좋아한다"며 웃었다. 이병규에게 "하루 쉬는데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만 돼도 놀러가자 하면 싫다고 하지 않나. 어렸을 때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갔다와서 저녁에 쉬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