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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김문영 칼럼] 경마계 승부조작 ‘충격’
모든 스포츠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그리고 공정성은 투명한 경쟁에서 나온다. 경마는 더욱 그렇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25일 브로커에게 금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하거나 경마정보를 제공한 사단법인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 소속 A조교사와 제주경마본부 소속 B관리사 등 2명을 추가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받고 브로커에게 우승가능 경주마나 기수의 상태 등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내부 경마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마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앞선 지난 2일 구속된 정모씨(37)와 박모씨(32), 김모씨(36) 등 제주경마 기수회 소속 기수 3명과 한국마사회 계약직 보안요원 양모씨(63),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조직폭력배 김모씨를 포함 총 7명이다.
정씨는 지난 2008년 12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0여차례에 걸쳐 브로커 김씨에게 경마 정보를 넘긴 후 2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또한 2010년부터 같은 수법으로 2300만원 상당의 외제차와 현금 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고, 또 다른 김모씨 역시 한 차례에 걸쳐 같은 수법을 통해 범행에 가담한 혐의다.
특히 이번 추가 구속에서는 승부조작을 단속해야 하는 직원들까지 개입됐고, 게다가 3명의 제주경마장 소속 기수와 2명의 관리사 1명의 조교사 등이 추가 수사대상에 올라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돼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마 승부조작과 관련한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자 한국마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처음 파문이 밝혀지고 구속된 관련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제주경마본부는 초상집 분위기다. 제주경마본부 관계자는 “승부조작을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관련자들의 프로의식이 부족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경마본부 자체에서도 비위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카메라를 동원하고, 심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기수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강화했음에도 불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들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강력한 징계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축구와 야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은 모두 영구제명 조치를 받았으며, 이번 경마 승부조작에 가담한 기수와 조교사들 역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경마관여 금지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마는 본질적으로 다른 스포츠에 비해 승부조작이 성공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다른 스포츠의 경우 공이나 기계 등 무생물의 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의 승패는 100% 선수(사람)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경마는 다르다. 경마는 말(馬)이라는 동물의 능력이 70%, 기수라는 사람의 능력이 30%로 결합되어 승패가 결정된다. 말은 훈련이 된 상태에서는 무조건 전력질주 하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승부조작을 시도하더라도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기수가 100% 기승술을 발휘하여 승부조작이 성공했다면 그 성공확률이 30%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마는 다른 스포츠보다 더 엄격하게 경쟁을 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래야만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경마산업의 전 과정은 치열한 경쟁을 요구한다. 어느 단계에서건 경쟁이 떨어지면 곧바로 승부조작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주마의 교배-생산-육성-경주투입-교배로 이어지는 순환사이클 전 과정에서 투명한 경쟁이 철저하게 이뤄져야만 공정성이 확보된다. 경마시행을 담당하는 한국마사회는 일벌백계로 관련자를 다스려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김문영은 레이싱미디어 대표이사로 '경마문화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한국전문신문협회 이사를 맡고 있다. 2008년 전문신문 부문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받았다. 동서언론연구소 운영위원이기도하며 말산업 관련 논문 6편을 발표했다. '로또보다 좋은 경마', '알기쉬운 경마여행' 등의 저서가 있다.
김문영 발행인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