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제 신랑신부의 행진이 남았습니다. 그냥 보낼 수 없죠. 신랑은 신부를 안고 저 끝까지 뛰어 갔다가 오세요." 이건 내가 결혼식장에서 제일 저주하는 사회자의 이벤트 진행이다. 심지어 신랑의 등에 신부를 올리고 팔굽혀 펴기를 시키는 바람에 땀범벅이 된 신랑은 화장이 떡이 되고 나머지 남은 순서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내 결혼식에 이휘재가 '만세 삼창'을 시키고 나서 예식장 만세는 10년간 최고의 단골 메뉴가 되었는데 그나마 가장 깔끔하고 귀여운 이벤트가 되었다. 간혹 내가 예식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뭐 재미있는 이벤트 없냐"고 묻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해주는 말이 있다. ‘그냥 깔끔하게 진행 하세요~’
예식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하는 약속의 자리이다. 그 자리에는 친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한번 볼까 말까한 집안 어르신도 계신 자리다. 그 안에는 그런 가벼운 이벤트를 몹시 불편해 할 사람들이 꼭 있다. 신랑도 ‘친구야 내 결혼식 행진 전에 완전 빡세고 개고생스러운 이벤트 부탁한다!’ 하지는 않을 거다. 간혹 지나친 이벤트는 오히려 분위기를 망친다. 혹시라도 굳은 분위기를 풀고 싶다면 예식이 열리기 직전에 푸시라. 아니면 가볍고 귀여운 것을 준비 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 예를 들어 신랑이 장모님께 가서 “엄마~” 라고 부르며 볼에 뽀뽀 하는 정도? 또 하나 신부를 움직이게 하지 마시라.
그날의 신부는 그냥 아름다운 최고의 주인공으로 놔두라. 감정도 많이 엉켜 있고 행진 때 잡은 아버지의 손이 자꾸 걸리고, 방금 신부 측 부모님께 경례 때 흘린 눈물이 아직 정리도 안 되었다. 더구나 학교 다닐 때 잠깐 사고가 있었던 그 돌아이 녀석이 찾아와서 신경 쓰여 죽겠을 수도 있다. 신부는 무조건 예쁘고 아름답게 두어야지 그 눈썹 붙이고 만세 하고 싶겠나. 그래도 사회자 입장에서 '뭔가 아쉽다!' 하는 생각이 든다면 예식이 끝나고 친구들 끼리 모여서 하라. 그래도 아쉽다? 싶은 생각이 계속 든다면 스스로 준비해 망가지시라. 식장안의 누군가 한사람도 불편을 느끼는 것은 피하거나 안하는 것이 좋다.
축가 역시 난생 처음 보는 이의 축가보다 보기 좋은 것은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준비한 노래인 것 같다.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은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3중주 연주를 가만히 서서 듣는 것이다. 사회자가 어디서 보고 들은 과한 이벤트를 준비 하여 기억에 남기지 말고 적어도 2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 동안 스스로 혹은 친구들과 3분 정도의 축하 영상물 제작 또는 작은 축하 공연을 준비하는 것도 멋지겠다. 여기까지가 사회자 친구님들께 드리는 말씀이고^^
예비부부님들이시여~ㅎ 윤달 끼어 예식장 잡기가 힘드시리라. 그냥 나처럼 한여름 비수기나 평일을 이용 하시면 비용도 저렴하고 남들의 휴일을 지켜 주는 효과와 넉넉한 예식 시간 보장도 누릴 수 있으니 고민해 보시라. 길일이 따로 있나 둘이 합하면 매일 길일이지^^ 평소 주변 어르신들과 학교 은사님들께 잘하시길. 예식 주례 못 구해 돈 받고 주례 뛰는 전문가님 찾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