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은 21일 서울 신사동 KBL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1년만 뛰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서장훈은 은퇴 결심과 함께 "내년 시즌 KT에서 받는 연봉 1억원에다 개인적으로 1억원을 더 보태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시즌은 내 농구 인생에서 최악이었다. 이렇게 끝내면 앞으로 살아갈 시간들에 자신이 없어 1년 더 뛰고 싶다"며 "기회를 준 KT 구단과 전창진 KT 감독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해 달라.
"팀도 옮겼고, 말씀드릴 일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먼저 여러가지로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KT 구단과 전창진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하겠다고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고, 스스로 말을 아끼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다.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는1년만 뛴다. 내 마지막 시즌이라는 것을 미리 밝힌다. 2012-13시즌 끝나면 은퇴한다. 둘째는 KT에서 받는 연봉 1억원과 제 개인 돈 1억원 보태서,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얻은 많은 것들을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차원에서 2억원을 사회에 기부하겠다. 기부할 곳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고민해본 결과, 모교인 연세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해서 2억원을 기부할 생각이다. 농구를 한 사람이기에 유소년 농구 선수를 위해서 조금 할 일이 있다면 KBL과 협의해서 나중에 또 방안을 찾아보겠다."
-은퇴를 미리 밝힌 이유는, 바뀔 가능성은 없나.
"원래 계획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할 마음먹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은퇴할 생각이었지만 악몽 같은 시즌이었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또 하고 싶었던 것은 마지막 해는 내 스스로를 위해서라 아니라 봉사한다는 의미로 뛰어보고 싶었다. 1년 더 연장했을 뿐이다. 이제 1년 있으면 우리 나이로 40이 된다. 잘한다 하더라도 더 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1년을 더 뛰게 됐는데, KT에서 주전이 아닐 수 있다.
"지금 그런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답은 간단하다. 내가 열심히 해서 잘한다면 많이 뛸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많이 못 뛸 것이다. 내 스스로에게 달린 것이다."
-옛날에 서장훈의 노장론은 유효한가. 노장이 더 잘 하면 후배보다 더 많이 뛰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나.
"지금 제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의미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 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까 말한대로 내 스스로 하기 달렸다. 마지막 해라고 미리 밝혔기 때문에 스스로 정신자세, 생각이 더 강해질 것이다. 말로써 이렇게 하겠다, 어떻게 하겠다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내 스스로 얼마나 잘 할 수 있느냐는 문제인 것 같다."
-명예회복을 위해 더 뛴다는 의미도 보인다. 1년 후에 국보센터가 없어지는데. 영구결번 한다면 어느 팀에서 받고 싶나.
"은퇴 이후의 예우나, 영구결번도 마찬가지이고, 전혀 그런 생각없다. 안 해도 관계없고, KT에 요구할 입장도 아니고, 개인적인 철학은 그런 것은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마땅히 할 데도 없다. 내가 뭐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은퇴 후 많은 사람에게 서장훈은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아직 은퇴한 것이 아니라 아직 그기까지 정리는 안 해 봤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다는 욕심은 없다. 아직 정리 안 해봐서 모르겠다. 계속 기억할 만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전창진 감독과 어떤 이야기 했는지, 어떤 부분을 원해서 영입했다고 보는가.
"어떤 부분을 원해서 영입했다기 보다는, 내 입장을 많이 배려해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특별히 말씀한 것은 없었다. 잘해보자는 말 정도 하셨다."
-KT 젊은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줄 수 있겠는가. KT 선수들과 호흡은?
"이 상황에서 내가 우승하겠다는 것도 코미디고, KT가 기존 멤버들이 3년간 좋은 성적을 냈다. 팀의 고유 문화가 있고, 시스템이 있다. 거기에 방해가 되지 않고, 도움이 되도록 항상 생각하고 노력할 것이다."
-1년을 더 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시즌 1년은 25년 농구 인생 중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악몽 같은 시즌이었다. 1년을 더 하고자 했던 이유도, 제 평생이 농구 인생이었는데 남은 인생을 그런 악몽의 기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자신이 없었다. 1년 더 하기로 했다.
1년 더 하게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명예회복, 그런 것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 중요한 것은 내가 받았던 과분한 관심이나 얻었던 많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마지막 해에 사회에 보답한다는 차원에서 뛰고 싶다. 보답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또 도저히 그런 기억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기에, 지금은 당장은 은퇴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난 시즌 무엇이 힘들게 했나. 출전시간만은 아닐거로 보이는데.
"누구 탓은 안 하겠다.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런 상황 자체를 농구 시작해서 처음 1-2년 제외하고, 내 스스로 그런 상황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많이 뛰고 안 뛰고 차원을 떠나서, 여기까지 오게 된 상황들이 내 스스로 납득이 안 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내가 부족한 탓이다. 지난 시즌, 나이를 먹어서 그랬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짧게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내게 악몽이었다."
- 다음 시즌을 준비할 때, 제일 중요시하는 것은 개인 성적, 팀 우승 등 어떤 것일까.
"먼저 보답하는 차원에서 뛴다는 것이다. 1원도 안 받고 뛰겠다는 의미다.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뛴다. 그게 제일 중요하다. 명예회복, 팀을 위한 것은 그 다음이라고 본다. 내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보답한다는 마음으로,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뛰겠다."
-지금 심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음, KT에서 뛰게 됐기에, 지금은 처져 있으면 안 될 것 같다. 아침에 KT 본사 가서 단장님 뵙고 인사했다. 진심으로 환영해주고, 따뜻하게 맞아주고, KT 구단과 전창진 감독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언론을 피하고 혼자서 많이 고민하고,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생각도 많았다. 지금 딱 한마디로 말하기는 난해하고, KT에 고마운 마음, 여러 생각들이 겹쳐서 잘 모르겠다."
-추승균과 정선민의 은퇴를 보면서 느낀 생각은.
"각자 개인만의 사정이 있기에, 나이가 같다고 단체 행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승균이하고는 통화도 하고, 얘기도 했다. 저 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뭐라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 은퇴를 생각한게 기량이 부족하다, 체력 부족이다. 열정이 식었다 등 이유가 있는가.
"내가 몸 담고 있는 농구계에서 그만 둘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농구계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은퇴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1년 더 해보고, 내년 시즌 끝나고 팀을 또 옮기겠습니까."
- 농구 스타일에 변화가 있을런지.
"나이 사십 다 돼서 농구를 새로 배울 수도 없을 거고, 워낙 유능한 감독인지라, 전창진 감독님에게 맡기고, 지도에 따르고, 기존 선수들에 잘 맞춰서 하겠다. 안 되면 나이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해달라."
-이미지 변화가 있느냐. 코트 안에서 이미지 변화가 있을까.
"다른 문제다. 농구 철학은, 경기를 하러 나가는 입장에서 내 마음과 태도는 종전과 똑같다. 농구 철학은 그만둘 때까지 그대로다. 농구는 버라이어티나 쇼가 아니다. 다만 뛰는 의미를 보답에 둔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