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의 액션 RPG '디아블로3'는 역시 올해의 최대 기대작이었다. 12년 만에 출시되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으며 삽시간에 인기 게임 정상에 올랐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사이버공간 뿐 아니라 직장·학교 등 오프라인에서도 디아블로3가 화젯거리로 떠올랐으며 일반인들도 '도대체 뭐길래'라며 호기심을 나타냈다. 그야말로 '디아블로3 신드롬'이다. 지난 15일 정식 출시 이후 1주일 간 벌어진 '디아블로3 현상'을 정리해봤다.
단숨에 게임계 평정…LOL도 발 아래
디아블로3는 출시 이틀만인 16일 PC방 인기 순위 1위(게임트릭스 기준)에 오른 이후 23일 현재까지 정상을 달리고 있다. 48일간 1위를 지켜오던 올해 최고 히트작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를 단숨에 제쳤다. 특히 16.2%로 출발한 PC방 점유율은 3일째 30.7%까지 올라가더니 1주일째인 22일 39.3%로 40%에 육박했다. LOL은 20%대의 점유율로 1위를 유지하다가 디아블로3에 밀려 10%대로 반토막이 났다.
'서든어택'·'아이온' 등 기존 토종 강자들도 점유율이 크게 빠지며 타격을 입었다. 디아블로3는 마치 블랙홀처럼 다른 게임의 이용자를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다. 이같은 인기는 출시 전부터 예상됐다. 한정판을 선보인 14일 왕십리 전야제에 5000여명의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고 15일에는 한정판 판매처인 오픈마켓 11번가가 마비됐으며 이마트에도 구매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 때나 볼 수 있던 진풍경이 디아블로3에서 연출됐다.
'악마같은 서비스'…환불 요구도
게이머의 환호성은 1주일이 지나면서 원성으로 바뀌었다. 이유는 게임을 구입하고도 접속이 안돼 제대로 즐길 수 없어서다. 디아블로3는 패키지 게임이지만 온라인 서비스인 배틀넷에 접속해야 즐길 수 있다. '디아블로2'처럼 PC에서 싱글플레이가 안되는 것.
배틀넷 서버는 출시 첫날부터 시작해 지난 1주일 내내 몰려드는 이용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아침과 낮에는 그나마 접속이 되다가도 저녁만 되면 접속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퇴근하고 즐기려는 직장인들은 1주일이 지나도록 '악마(디아블로)' 구경도 못하면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일부 게이머들은 다음 아고라에서 '돈을 냈는데도 게임을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환불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 해외 해커집단도 접속장애에 불만을 품고 '디아블로3를 악마(불량 서버)로부터 해방시키겠다'며 해킹을 예고했다.
게이머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지만 블리자드코리아는 '로그인이 되지 않으면 잠시 후 다시 접속하라'는 등 하나마나한 공지에 '환불 불가'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 이에 게이머들은 더욱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0배 웃돈·가짜 디아 할매…이상과열
디아블로3 열기로 부작용도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한정판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점이다. 게이머들이 추가 판매를 요구할 정도로 인기를 얻자 9만9000원짜리가 오픈마켓 등에서 10배 가량 비싼 90만원에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편승해 한정판을 미끼로 돈만 가로채는 사기 사건도 벌어졌다. 일부 판매자는 성인용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디아블로3로 한몫 잡으려고 혈안이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도 쏟아졌다.
디아블로3를 사기 위해 마트에 줄을 섰다가 뒤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할머니가 '리니지2'를 즐기는 '게임왕 할머니' 송계옥(72)씨로 알려졌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등 해외에서는 한정판을 수량 제한없이 판다는 루머가 돌면서 게이머의 혼란을 가중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