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외국인 투수 탈보트(29)가 KIA 톱타자 이용규(27) 때문에 진을 뺐다. 이용규 타석만 되면 피칭이 묘하게 꼬였고, 힘만 뺀 뒤 출루시켰다.
탈보트는 7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해 1회말 이용규를 상대했다. 초구를 던지기 전 이용규가 타임을 요청했다. 헬멧을 벗어 흔들어 날벌레를 눈앞에서 쫓아냈다. 문제는 1볼-1스트라이크에서 던진 3구째였다. 탈보트가 던진 몸쪽 높은 공이 이용규의 오른팔을 스친 듯 보였다.
이용규는 자연스럽게 1루로 나가려 했다. 그러나 김병주 구심이 타석으로 복귀할 것을 지시했다. 사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용규와 선동열 KIA 감독이 사구가 맞다고 어필했으나 소용 없었다.
탈보트 입장에선 차라리 이때 이용규를 내보내는 것이 나았다. 이용규는 파울 4개를 때린 뒤 10구 만에 볼넷을 얻어 나갔다. 그리고 최희섭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선제득점을 했다.
1-1이던 3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나왔다. 무사 1루에서 두 번째 타석에 선 이용규는 2볼-2스트라이크에서 타임을 요청했다. 그러나 탈보트가 투구 동작을 시작한 뒤였기 때문에 김 구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이용규는 타석에서 벗어난 터라 탈보트가 한가운데로 공을 던지면 삼진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탈보트가 던진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볼이 됐다. 당연히 삼진을 잡아야 할 상황이 풀카운트로 바뀌었다. 이용규는 파울 2개를 더 때린 뒤 9구 만에 또 볼넷으로 출루했다. KIA는 김선빈의 희생번트와 김원섭의 희생플라이를 묶어 2-1로 다시 달아났다.
이용규 때문에 시달린 건 탈보트만이 아니었다. 삼성 3루수 박석민은 3회 2사 2루에서 이범호의 땅볼을 잡고 3루를 찍더니 더그아웃으로 유유히 걸어갔다. 2사 1·2루 포스아웃 상황인 것으로 착각한 것이다. 2루주자 이용규는 재빨리 3루에 안착했다.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박석민의 본 헤드 플레이(실책) 역시 이용규와 관련이 있었다.
탈보트는 5회 1사에서 이용규와 세 번째 대결을 벌였다. 스트라이크 2개를 연속으로 던져 0볼-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쉽게 승부를 하는가 싶었지만 이용규는 3구째를 파울로 걷어내고 4구째를 받아쳐 우중간 안타를 때렸다. 그리고 곧바로 2루를 훔쳤다. 이용규는 탈보트를 세 차례 상대해 투구수 23개를 기록하게 하며 2볼넷 1안타 1도루를 얻어냈다.
오른 발목 부상으로 지난 두 경기에 결장했던 이용규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뛸 수 있다"고 했다. 8일 사직 롯데전부터 그를 내보내려던 선동열 KIA 감독은 예정보다 하루 빨리 이용규를 출전시켰다. 이용규는 특유의 근성있는 플레이로 탈보트를 괴롭혔다. 5연승에 도전했던 탈보트는 5⅓이닝 동안 109개의 공을 던지고 3실점한 뒤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