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3회초부터 몸쪽 공을 적극적으로 노리고 들어오자 윤석민(26·KIA)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2회말까지 공 17개로 아웃카운트 6개를 잡아냈던 윤석민은 몸쪽 공을 공략당한 3회말 5개의 안타(1홈런 포함)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무너졌다.
윤석민은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3이닝 6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KIA는윤석민이 내준 점수를 극복하지 못하고 3-6으로졌다.
완벽했던 1·2회
윤석민은 1회말 선두타자 전준우에게 시속 14 5㎞짜리 몸쪽 꽉 찬 직구 를 던져 삼진을 잡아냈다.2회말에는 ‘아픈 기억’이 있는 상대 조성환(36)에게 과감한 몸쪽 슬라이더와 커브를 던져 2구 만에 3루 땅볼 아웃시켰다. 윤석민은 공 6개로 2회말 롯데 공격을 삼자범퇴 처리하는 등 2만8000석을 가득 메운 사직구장 만원 관중 앞에서 완전히 달라진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윤석민은 사직구장에서 약했다. 통산 14경기에서 1승(4패) 평균자책점 4.78에 그쳤다. 아픈기억도 가지고 있다.
윤석민은 지난 2010년 8월15일 광주 롯데전에서 홍성흔의 왼 손등을 맞혔다. 당시 골절상을 입은 홍성흔은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비난은 9일 뒤인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조성환의 헬멧을 맞히면서 극에 달했다. 윤석민은 모자를 벗고 사과했으나 롯데 팬들은 오물과 물병을 그라운드에 던지며 거세게 항의했다.
지난해 9월1일 이후 283일 만에 사직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윤석민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몸쪽 공을 던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다.
◇몸쪽 공을 공략당하다
윤석민에게 철저하게 눌렸던 롯데 타선은 3회말 달라졌다.
이날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46㎞에 그쳤던 윤석민의 구위가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롯데 타자들은 바깥쪽 공을 기다리고 몸쪽 공을 노리는 작전을 썼다.
3회말 선두타자 신본기의 볼넷과 이승화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 찬스에서 김주찬은 윤석민의 몸쪽 높은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후속 손아섭에게 던진 초구 커브가 가운데로 몰려2루타를 맞았고, 강민호에게는 볼넷을 내줬다. 조성환에게 몸쪽 체인지업으로 승부를 걸었으나 우전안타를 맞아 1사 만루.
박준서를 풀카운트 승부끝에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황재균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다시 가운데로 몰려 중전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박준서는 윤석민이 던진 4개의 바깥쪽 공을 그대로 흘려보내고 3개의 몸쪽 공만 모조리 건드려 커트했다.
롯데 타자들이 윤석민의 몸쪽공을 노리고 들어왔다는 의미다. 윤석민은 사직구장에서 자신 있게 몸쪽 공을 던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고 했다. 그러나 또다시 무너지며 더 큰 징크스를 만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