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평범한 사람이 저예요." 데뷔 16년차 배우 류현경(30)은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여자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작품 안에서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다. 영화 '신기전'(08)의 방옥 역으로 선머슴 같은 털털함을 선보이더니 '방자전'(10)에서는 요염한 향단이,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선 카페 여종업원 역으로 순수한 매력을 발산했다. 1996년 드라마 '곰탕'으로 데뷔한 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30 여편의 작품 활동을 해온 류현경. 그는 "연기가 좋아서 배우를 하는거지 주연이나 돈을 원해서 하는게 아니다"며 생각을 밝혔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김조광수 감독)으로 레즈비언 연기에 도전하는 류현경을 만났다.
-영화 소개부터 해달라. "적령기의 동성애자들이 커밍아웃 대신 위장결혼을 선택한다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부모님과 사회에 타협하기 위해 이성과의 결혼을 하는 동성애자들의 현실과 고민을 담고 있다. 나는 정애연 언니와 사랑을 나누는 동성애자로 나온다."
-시나리오를 받고 놀라진 않았나. "오히려 흥미로웠다. 동성애는 사랑의 유형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나보다 주변에서 더 놀란 눈치다. 얼마 전 인터넷 기사를 보는데 한 어머니가 남긴 댓글을 봤다. '현경씨, 어떻게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죠? 딸을 가진 엄마로서 실망 했어요. 우리 아이는 못 보게 해야겠네요'라는 내용이었는데 생각이 많아지더라. 내가 엄마라면 아이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알아서 생각해보라고 할 것 같다."
-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신경을 많이 쓴 장면들이 편집됐다. 몇 장면이 삭제되면서 영화가 한결 매끄럽고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정애연 언니와 끊임없이 생각을 나누며 만들어낸 부분이 편집 되서 많이 아쉽다. 홍보차원이지만 (정)애연 언니와의 키스신만 부각되는게 안타깝다."
-편집된 장면이 선정적인 장면인가? "그건 아니다. 너무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영화 연출 경험이 있다고. "단편영화 '광태의 기초'(09)와 '날강도'(10)를 연출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 연출을 전공한 경험이 있어서 만들 수 있었다. 아직 입문단계라 많이 부족하다. 배우 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에 전념하고 싶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소소한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배우는 일상적인 삶을 화면에 담아내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범하고 소소한 일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고 그것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껴야 한다. 나는 후줄근한 차림으로 집 앞 마트를 다니거나 지하철, 버스를 타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닌다. 내가 유명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배우이기 이전에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여배우가 너무 털털한거 아닌가. "주변 사람들이 더 걱정을 해준다. '그래서 CF가 안 들어오는 거야' '이제 조연은 그만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와닿지 않는 말들이다. 나는 연기하는게 좋아서 배우를 하고 있다. 주연을 하고 싶거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다. 나는 촬영장이 좋고 스태프들과 호흡하는 것이 좋다. 내 주변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이 많다."
-동료들 중엔 누구와 친한가. "최강희 언니나 SBS 주말극 '맛있는 인생'을 같이 찍고 있는 유다인·유연석과 생각을 많이 나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지극히 일상적인 생각을 많이 공유한다. 영화를 같이 찍은 정애연 언니도 마찬가고 모두의 공통점은 욕심 없이 연기를 한다는 거다."
-남자친구는 있나. "지금은 없다. 물론 그동안 나의 연애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없긴 했다. 앞으로 생기더라도 밝히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