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루니(27)가 돌아왔다.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풍성해진 머리에 헤어 용품을 잔뜩 발라 한껏 멋을 냈다. 인상이 좋아졌고 표정도 한결 밝았다.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루니가 20일(한국시간) 도네츠크 돈바스 경기장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D조 3차전에서 머리로 결승골을 넣어 잉글랜드를 8강으로 이끌었다. 후반 3분 스티븐 제라드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밀어 넣어 1-0 승리를 주도했다. 루니는 골을 넣은 뒤 벤치 쪽을 향해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가리켰다.
루니는 경기 후 세리머니의 비밀을 밝혔다. "앤디 캐롤의 헤어 제품을 쓰고 경기장에 나왔다. 캐롤이 머리로 득점을 하라고 부탁했다"며 히죽히죽 웃었다. 이어 "나는 캐롤의 머리카락처럼 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농담을 했다. 캐롤은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오는 장발이고, 머릿결까지 좋은 공격수다.
루니는 탈모로 고생하다 지난해 6월부터 대회 개막 직전까지 1년 동안 3만 파운드(약 5400만원)을 들여 머리카락을 관리했다. 모발이식 수술을 하고 대회 개막 직전에는 TV방송에 나와 완성된 헤어스타일을 자랑하기도 했다. 수술 이후 1년 동안만 머리카락이 자란다는 걸 감안하면, 머리카락이 다 자란 뒤 넣은 첫 골이 헤딩인 셈이다.
루니가 표정이 밝은 이유는 또 있다. 유로 2004 이후 8년 만에 터진 메이저 대회 골이기 때문이다. 루니는 유로 2004 당시 4골을 넣으며 혜성같이 등장했으나 2006·2010년 월드컵에서는 무득점에 그쳤다. 유로 2008에는 잉글랜드가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지난해 10월에는 유로 2012 예선 마케도니아와 경기에서 상대 선수에게 발길질을 해 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마터면 본선 명단에 합류하지 못할 뻔했다. 본선 조별리그 프랑스와 스웨덴 경기에는 벤치 뒤 관중석에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2경기 내내 당장 그라운드에 뛰쳐나가 뛰고 싶은 표정이었다.
루니는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계속해서 대표팀과 훈련을 해와서 큰 문제는 없다. 8강부터 진짜 경기다. 상대가 누구인지 중요하지 않다. 우린 1위로 8강에 올랐다. 지금 잉글랜드를 만나도 싶은 팀은 없을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