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아들을 둔 엄마들이 하던 말 끝에 논란 혹은 오해의 소지를 풀었던 경험이 있다. 시대착오적인 고민이라지만 10대에 들어선 아들의 포경수술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Y가 물었다.
어설픈 지식이나 주워들은 정보들이 난무했다. 전 세계에서 포경수술을 하는 나라는 한국 뿐이다. 종교적인 행위로부터 나온 관습이며 인권과 관련하여 핏대를 세웠던 지식인들의 논문까지 거론되었다. 대단한 성차별이다, 나아가서는 성억압을 받는다는 듯이 남자들이 뒤늦게 발버둥을 친다.
"코끼리처럼 길어진다며. 그게 뭐야 징그러워. 수술시켜야지 당연히." 아들만 둘을 데리고 있는 S는 벌써부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누가 봐도 멋진 물건이 되도록 키워주는 것도 엄마가 할 일이라고 Y를 부추긴다.
"그렇지 않아. 자연포경도 있어. 어려서부터 잘 길들이면 코끼리코가 되는 불상사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남편이 자연포경이라며 호언장담하는 여자를 그 둘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본다.
"정말? 어떻게 생겼어. 그게 가능해 껍질 안에서 왔다 갔다하면 그게 되느냐고." 입을 틀어막고 싶었지만 쏟아지는 질문공세를 받고, 우리 세대 비포경 남성이 이렇게 희귀한 존재였나 새삼 느꼈다. 평소에는 껍질 안에 들어가 있고, 섹스를 할 때 발기하면 아무 이상없이 머리를 내민다고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당사자의 말로는 자연포경은 어릴 적 습관으로도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샤워를 할 때마다 피부를 밀어 올려 귀두를 꺼내는 훈련을 반복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아플 수 있는데, 성기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는 기회도 되고, 자연스럽게 포경을 유도하는 연습도 되기 때문에 아이에게도 잘 일러두는 것이 아빠의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평소에 피부에 쌓여 있으면 예민해서 빨리 사정하고 만다며?" S가 묻길래 생각난 일화를 말해주었더니 빵 터졌다. 어느 신병이 제대 말년의 선임병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이상한 짓을 하길래 너무나 궁금해 물었단다. 이렇게 하면 최고의 물건을 만들 수 있다며 외모도 체격도 완벽했던 그가 보여 주더란다. 성기를 밖으로 꺼내놓고 돌로 수시로 문지르고 있었다는 거다. 포경도 모자라 이렇게까지 한다니 안스럽다 못해 비참했다. 여자들이 기겁을 했다.
다른 이유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성기 주변에 주름진 피부 탓에 위생적인 문제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만 보자면 여성으로서 포경남성을 선호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 여성은 성관계가 아니라도 질 감염을 예방하는 데에 충분히 애를 쓰기 때문이다.
"느낌은 어때? 별차이 없어?" 이 여자들이 이렇게 질문하는 전제가 의심스럽지만 여자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할 때는 별차이 없던데. 나는 비포경인지도 한참 후에 알았다니까."
최수진은?
불문학 전공, 전직 방송작가, '야한 요리 맛있는 수다' 의 저자. 성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