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49) KIA 감독과 오승환(30·삼성)의 첫 만남은 조금 어긋났다. 천하의 선 감독도 오승환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선 감독은 1일 "삼성 수석코치 시절인 2004년 단국대 오승환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삼성 스카우트가 '좋은 공을 던진다. 그러나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어서 다른 팀들이 지명을 주저한다. 잘하면 우리에게까지 순서가 넘어올 수 있으니 잘 보시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선 감독은 오승환 스카우트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폼이 이상하잖아. '무슨 좋은 투수냐. 쟤는 아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해 신인 2차 지명회의에서 상위 순번의 네 팀(롯데·두산·LG·한화)이 오승환을 건너뛰었고 삼성이 2차 1라운드 전체 5번으로 그를 잡았다. 가까이서 보니 선 감독의 생각이 달라졌다. 선 감독은 "(툭툭 끊어지는 듯한 폼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나름대로 중심이동을 하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것이더라. 승환이의 유일한 단점이 딱딱한 몸인데, 지독한 훈련으로 극복했다. 대단한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오승환은 2005년 중간계투로 1군에 데뷔했다가 시즌 중반 마무리를 맡았다. 그 해 10승 16세이브 11홀드로 투수 부문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228세이브의 시작이었다. 선 감독은 "애착이 가는 선수다. 400세이브, 500세이브까지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