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을 보내고 난 뒤 다음 날 눈 뜨자마자 ‘어젠 왜 그랬어?’라고 묻는 여자들이 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를 품고 상대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일까? 어느 쪽이든 앞으로 이런 소득없는 말은 금지어로 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질문은 묻는 쪽에게 ‘나는 멍청해요’라고 선언하는 것이 다름없다. 그 질문에 대체 어떤 답을 해줄 거라 믿는 것일까?
그의 의도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면 그가 두 팔로 감싸 안을 때 혹은 입술에 입을 맞출 때 거절의 의사를 확실히 표시했어야 했다. 그 순간 남자가 바라는 것, 동시에 자신도 욕망했던 것을 다 즐겨놓고 그 일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그런 질문 같은 건 답답하기만 하다.
'나를 쉽게 볼 줄 몰랐다. 나를 그저 하룻밤 상대로 생각하고 그런 행동을 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자기합리화는 지긋지긋하다. 정말 몰랐을까? 알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닐까? 차라리 ‘아무 여자랑 자는 그런 헤픈 남자는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지. 그런 남자의 물건을 단단하게 만들다니 난 참 매력 있어. 후후. 즐거운 밤이었어’라고 정리하는 게 훨씬 더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관계를 연인으로 발전시켜보려는 욕망을 품는다는 건 참으로 부질없는 생각이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른 척, 하룻밤 상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희망에 기댄 건 유혹한 남자의 잘못이라기 보단 유혹을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한 여자 쪽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거절하면 관계가 이상하고 어색해질까봐’ 그랬다는 건 변명에 불과하다. 그런 미묘한 두려움과 어색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훗날 ‘난 그럴 줄 몰랐다’라고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나도 하룻밤 그의 몸을 탐하고 말지'라는 생각이라면 그를 즐겨라. 하지만 그와 더 잘 되고 싶고,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주길 바란다면 섹스를 거절하는 게 정신건강에 훨씬 이로울 것이다. 소모적인 밀고당기기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발전가능성도 없고 나를 소중히 여겨줄 남자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인지했을 텐데 쓸데없이 긍정마인드를 가동시켜 다음날 괴상한 소리를 내뱉게 만들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남자들에게 섹스는 단지 섹스일 뿐이다. 하고 싶어서 한 것뿐이다. 그게 잔혹한 진실이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