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올스타전에서 유로 2012의 히트상품, 파넨카 킥을 완벽하게 구사했다. 홍 감독은 하프타임에 열린 페널티킥 쇼에서 10년전 스페인과의 승부차기에서처럼 5번째 키커로 등장했다. 홍 감독은 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이더니 골키퍼 김영광의 오른쪽으로 공을 붕 띄웠다. 골대를 벗어나는 듯했던 공은 완벽한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져 골대 안으로 쏙 들어갔다. 김영광이 방향을 읽었지만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슛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박지성이 실소했다. 홍 감독은 경기 전 “절대 페널티킥을 안 차겠다”고 했지만 막상 멍석을 깔아주자 누구보다 멋지게 성공시켰다.
반면 안정환은 이번에도 페널티킥 악몽을 떨치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이 “이번에도 실축하면 명단에서 빼 버리겠다”고 했지만 스승의 엄포도 소용이 없었다. 안정환의 왼발을 떠난 공은 골대 오른쪽으로 데굴 데굴 굴러가더니 골라인 바깥으로 빠져 버렸다. 오른발이 아닌 왼발로 차 다소 장난섞인 슛이었다. 박지성은 실소했고, 히딩크 감독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를 숙였다. 2002년 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뒤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넣으며 지옥과 천당을 오간 안정환이었다. 안정환은 실축한 뒤 "잔디 관리를 잘 해야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2012년 K-리그 올스타 중엔 이근호의 재치가 돋보였다. 이근호는 이운재가 미리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반대 방향으로 가볍게 차 넣었다. 여유와 기지가 넘쳤다. 하프타임에 펼쳐진 페널티킥 대결은 안정환(팀2002)과 김은중(팀2012)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슈팅을 성공시키며 8-8 무승부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