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엔 핑크색 풍선이 물결친다. 팬카페 하루 회원 방문수는 무려 1000여명. 연예인 팬카페 활동 순위를 매기는 '스타카페 랭킹'은 성시경·FT아일랜드 급이다.
아이돌 그룹의 얘기 같지만, 이 짱짱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주인공은 트로트 가수 신유(30·본명 신동룡)다. 10일 현재 싸이월드 뮤직 '트로트 차트'에선 장윤정에 이어 신유의 '시계바늘'이 2위를 달리고 있다. 팬카페에서 '왕자님'으로 불리며 '누나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유는 "트로트 가수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이 듣기 싫을 때도 있었다. 요즘은 트로트 가수 안했으면 큰 일 났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쑥쑥 올라가는 인기를 만끽하고 있다.
-고교 때까지 축구선수였다고.
"고 2때까지 축구를 했다. 유소년 국가대표도 지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는데 갑자기 슬럼프가 오더라. 부상도 잦고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할 마음도 안 생기고 자신감도 잃어서 결국 운동을 그만두게 됐다. 슬럼프에 괴로울 때 나를 지켜준 게 음악이었다."
-원래 발라드 가수였다고.
"축구를 그만두고 음악에 빠져들었다. 2000년에 한 방송사의 오디션에 나가서 대상을 받았다. 당시 금상이 JK김동욱 형이었다. 이후 기획사에서 발라드 녹음을 하고 뮤직비디오까지 찍었다. 이후 악재가 잇따랐다. 글쎄 사춘기까지 멀쩡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변성기를 겪으며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까지 부도가 나더라. 이후 연습만 5년을 하다가 군대로 가버렸다."
-트로트 가수로 어떻게 변신한 건가.
"군대 가서는 거의 인생을 포기했다. 가수는 내 길이 아니란 생각에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도 결심했다. 그때 날 잡아준 사람이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평생 노래를 불러온 트로트 가수 신웅씨다. 아버지가 '너의 몸에는 뽕끼가 있다. 아버지를 믿고 트로트를 해보자'고 설득하셨다. 처음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아버지 속을 썩였으니 한번이라도 아버지 말씀을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1집 '잠자는 공주'를 녹음하게 된 거다."
-이후 연속해 노래가 히트했다.
"'잠자는 공주'가 실린 음반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50만장이 넘게 나갔다. 꾸준히 음반이 팔리면서 듣는 분들이 많아지니 '시계바늘'은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히트가 됐다. 트로트 가수들이 TV 가요프로그램에 설 일이 많지 않아서 아이돌 스타들 처럼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트로트 팬들에게는 꽤 많이 사랑받고 있다."
-팬카페도 있고 팬들의 열정이 대단하다고 소문났더라.
"정말 대단들 하시다. 전국 어느 행사장에 가도 최소 40~50여명의 팬클럽이 핑크빛 풍선을 흔들며 응원해 주신다. '우윳빛깔 신유짱'이란 구호도 잊지 않으신다. 팬카페 회원이 7000명 정도 되는데 활동은 7만명 이상으로 열정적으로 한다. 가끔 카페에 들어가서 글을 남기면 댓글이 1000개가 넘게 달린다. 팬들의 활동 성적으로 매기는 랭킹이 있는데 아이돌 그룹들보다 높을 때가 많다."
-다른 트로트 가수들과 비교했을 때 창법이 깨끗하다. 특유의 '꺾기'가 없다.
"아버지가 내 작곡가 겸 보컬트레이너시다. 아버지가 절대 억지로 꺾는 소리를 흉내내지 말라고 하셨다. 처음엔 트로트인데 왜 꺾는 창법을 쓰지 못하게 하는지 이해가 안됐다. 절제를 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는데 요즘은 그 뜻을 좀 알겠다. 어차피 트로트는 연륜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목소리 자체에 트로트 특유의 느낌이 묻어나야지 억지로 만들어서 내는 소리는 의미가 없다."
-트로트 가수로 목표는.
"지금의 인기만으로도 무척 행복하다. 트로트 가수를 안했으면 이 재밌는 노래의 맛을 몰랐을 거 아닌가. 아버지 말 듣기를 정말 잘했다. 주변에서는 왜 TV예능프로그램에 안나오냐는 말도 많지만 난 유명한 가수가 아니라 기본기가 충실한 가수가 되고 싶다. 예능프로그램에 잘 맞지도 않고 또 인기에 대해 조급하지도 않다. 기본기를 다지면서 노래를 부르다보면 언젠가 트로트팬들이 인정해줄 거라고 믿는다."
트로트 가수 신유가 전통가요계에 뉴페이스로 사랑 받고 있다. 아버지 신웅에 이어 '트로트 2세'로 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