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9·한화)가 19일 대전 삼성전에 선발로 출격한다. 올 시즌 16번째이자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다. 현재 양훈(26·한화)과 함께 팀 내 선발 등판 횟수 공동 1위(15경기)인 박찬호는 19일 등판으로 전반기 동안 팀 내에서 가장 성실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투수가 된다. 8개 구단으로 놓고 봐도 '전반기 선발 등판 15경기'를 채운 투수는 박찬호를 포함해 14명뿐이다. '더워지면 체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박찬호는 시즌 초보다 경기당 투구수를 오히려 더 늘려가며 힘을 내고 있다. 우리 나이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기록으로 증명했다
박찬호는 지난 5월17일 잠실 두산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낸 뒤 "체력 문제는 없다. 완투를 생각하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했다. 이후 9이닝 완투는 거두지 못했으나 '체력 문제는 없다'는 말은 기록으로 증명했다.
시즌 중반 경기당 투구수는 4월(91.5개)보다 오히려 늘었다. 5회를 마치고 강우콜드게임이 선언됐던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80개·기록상으로는 완투)을 제외하면 박찬호의 경기당 평균 투구수는 5월 94.8개, 6월 93.5개, 7월 96개였다. 4월에 한 번도 없었던 한 경기 100개 이상 투구(3차례)도 5월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16일 현재 8개 구단 모든 투수들 중 선발 등판 횟수는 공동 11위(15회), 투구이닝은 17위(81이닝), 투구수는 16위(1391개)에 올라 있다. 외국인 투수들을 제외한 국내 선수들 중에서는 선발 등판 횟수 공동 4위, 투구이닝 9위, 투구수 7위다.
몸으로 보여줬다
박찬호의 이런 기록들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나왔다. 정확히 경기 시작 1시간12분전에 그라운드로 나와 '분 단위'로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몸을 푸는 '박찬호 시간표'가 화제가 됐을 정도다. 박찬호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지켜온 루틴"이라며 국내 복귀 뒤에도 자기만의 체력관리 스케줄을 철저히 지켰다.
정민철(40) 한화 2군 투수코치는 "박찬호는 선발로 나서는 날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평소 훈련할 때도 정해진 일정을 항상 확실하게 지킨다"고 했다.
한대화(52) 한화 감독은 "남다르게 몸 관리를 하기 때문에 나이 마흔에도 시속 140㎞대 후반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라며 "타선과 불펜이 뒷받침만 해줬어도 12~13승은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반기 한 경기를 남겨두고 박찬호가 거둔 승수는 4승(5패)뿐이다. 김광현(24·SK) 등 9명과 함께 공동 20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개막 전 걱정했던 '체력'과 관련된 기록들은 승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 박찬호는 국내 복귀 첫 해 전반기에 '체력 문제는 없다'는 것을 기록과 몸으로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