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눈빛, 어떤 손짓이 신호가 되어 서로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서둘러 옷을 벗어던지며 한몸이 되길 바라는 욕망이 거침없이 발현되는 순간이 있다. 연애 초반에는 그런 인력(引力)의 순간마다 ‘이 녀석이 콘돔 없이 들이닥치는 건 아니겠지?’하는 불안함을 품기도 한다.
혹여나 콘돔을 쓰지 않으려고 들면 분위기를 깨는 한이 있더라도 등짝을 아주 세게 후려쳐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한두 번 엄격하고 단호한 훈육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물론 주변에 잘 나가던 형들이 원치 않는 임신으로 코 껴서 결혼하는 사태를 서넛 정도 지켜봤다면 피임교육은 조금 수월해진다.
결혼이 전제된 섹스가 아니라면 피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너와 나 사이에 아무 것도 없었으면 좋겠어.’ 이딴 소리는 아주 달콤하고 로맨틱한 고백이 아니라 유치하고 이기적이며 무책임한 발언일 뿐이다.
남자들도 ‘콘돔을 쓰기 싫다고, 오늘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여자들에 대해서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난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능력을 갖춘 여자가 아니라면 자기 몸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 어떤 목적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몸을 그리고 체온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어서, 자궁 안에 사정할 때의 느낌이 더 좋아서라는 이유로 콘돔 사용을 기피한다.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하더라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아무런 준비나 개념도 없는 연인이라면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아야 한다. 피임에 있어서는 이중삼중 조심해도 나쁠 게 없다.
연애가 길어지고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어느 시기가 되면 결혼이냐, 헤어짐이냐 하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되는 상황이 있다. 여자 쪽에서는 특히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때에 섹스를 할 때마다 콘돔을 아주 철저히 챙기며 피임하는 남자를 보며 서운함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나와의 결혼은 원천봉쇄할 셈이구나’ 이 남자는 우발적 사고를 핑계로 두 사람의 관계가 결혼으로 흘러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헤어진 남자친구와 어쩌다보니 다시 관계를 가지게 되었을 때도 사귈 때는 어떻게 해서든 콘돔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던 녀석이 먼저 콘돔을 챙기는 것을 보고 어떠한 가망없이 오로지 욕정만이 남은 이 상황에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에게 느끼는 그 어떤 아쉬운 마음도 콘돔없는 섹스로 인한 임신만큼 정신적인 타격을 주지 않는다. 철저하게 피임을 하는 남자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읽어냈다면 섭섭함을 느낄 수는 있다.
멍청한 마음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들기보다는 정리해야 할 관계는 정돈을 하고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는 단호해져야 한다. 콘돔을 쓰지 않는다는 행동이 애정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임신은 현실이고 책임이다. 사랑의 담보가 아니다.
현정씨는?
사랑과 섹스에 대한 소녀적인 판타지가 넘치지만 생각 보다는 바람직한 섹스를 즐기는 30대 초반의 여성이다. 블로그 '생각보다 바람직한 현정씨'[desirable-h.tistory.com]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