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기업구단 잡는 ‘의적’ 대구전 앞두고 수원 초긴장
K-리그 최강을 자부하는 수원 삼성에 시·도민구단은 '승점 자판기'였다. 기업형 구단을 상대할 때보다 한층 가벼운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올랐고, 실제로도 다수의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거머쥐었다. 국가대표팀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선수 구성과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무장한 수원은 시·도민구단에 공포의 대상이었다.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수원이 시민구단인 대구 FC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상대팀의 눈치를 열심히 살피는 형국이다. 시원스런 승리를 장담할 법 하건만, 수원 구단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21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대구와의 K-리그 22라운드 경기 결과에 따라 팀의 운명이 요동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수원은 최근들어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포항·경남·전북과 치른 3연전을 모두 졌다.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실점은 무려 11골이나 된다. 3경기 연속 제자리 걸음을 하는 동안 선두권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디펜딩 챔프' 전북은 승점 7점 차로 멀리 달아났다. 팬들은 분노했다. K-리그 서포터스 중 가장 열정적이고 충성심이 높다던 수원 서포터스 '프렌테 트리콜로(그랑블루의 새 이름)'가 앞장서서 '감독 교체'를 외치고 있다. 수원 코칭스태프는 17일 선수단을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워터파크에 데려가 '깜짝 단합대회'를 열었다. 잔뜩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런데 상대가 만만치 않다. 수원은 2010년 7월 이후 대구를 상대로 5연승을 기록 중이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올 시즌 모아시르 감독이 부임한 이후 대구는 기업형 구단에 강하고 시·도민구단에 약한, 독특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형 구단으로부터 승점을 빼앗아 시·도민구단에 나눠준다는 의미로 '의적'이라는 별칭도 었었다. 대구는 전반기에 기업형 구단 9팀을 상대로 6승을 거두며 수확한 승점을 바탕으로 8위에 올라 있다. 스플릿 시스템 상위리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순위다. '의적'이 이번에도 별명다운 활약을 보일 경우 '수원 부잣집'은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을 겪을 수 있다.
서정원 수원 수석코치는 "대구전이 반등의 발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그동안 팀 컨디션이 전체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린 데다 부상자도 많아 부진을 겪었던 건 사실"이라 언급한 그는 "14일 치른 전북과의 경기(0-3패)는 스코어로는 완패였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선수단 내부적으로 최저점을 탈출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대구전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