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게 있지 말고, 실연당한 사람들끼리 일곱시 조찬 모임을 갖고 누군가와 눈을 맞춰라.”
조언자에 따라 처방이 다르겠지만 소설가 백영옥(38)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 '스타일' '아주 보통의 연애' 등으로 젊은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백영옥이 최근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자음과모음 간)을 펴냈다. 일간스포츠 칼럼 '통'에 참여 중인 그는 이번에 실연이란 테마로 실연당한 사람의 상처를 파고 들었다. 유부남 조종사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당한 스튜어디스 윤사강, 네 개의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 받은 컨설턴트 강사 이지훈, 실연당한 사람을 위한 조찬 모임 프로그램 담당자 정미도 등의 캐릭터가 실연의 실체와 사랑의 회복을 보여준다.
- 왜 하필 실연을 꺼내들었는가.
"원래 실패에 관심이 많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 즉 실패를 통해 누가 더 많이 배우느냐의 문제다. 실연은 인생의 대표적 오답이다. 다음 소설집에서도 이혼·실패·사별 등을 다룰 거다."
- 상대방을 차버린 사람의 심리는 조명하지 않았다.
"이 책의 관심사가 아니다. 차버린 사람도 상처가 남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차인 사람보단 덜 아프다. 연애는 어쩔 수 없다. 더 아픈 쪽이 있기 마련이다. 똑같이 아플 수가 없다. 실연의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실제로 칼에 찔리고 불에 덴 듯한 고통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남자 하나' 없는 사람이라 썼는데.
"실연 당한 후 혼자 지내는 건 무척 좋지 않다. 실제로 소설에서 제시한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 윤사강과 이지훈처럼 서로 정분이 나고. 실연자들끼리 기념품도 교환하고."
- 개인적으로 실연 당한 적이 있는가.
"대학 시절 차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실연당한 사람의 입장을 잘 안다. 시간이 지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엔 반드시 혼자 아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부작용이 생긴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 여러가지 이유로 연애에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할퀴고, 물고, 뜯고 끝난다 할 지라도 거의 사랑이 유일하게 인간을 성장시킨다. 연애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다 좋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사람을 아프리카로 가게 만들고, 길었던 머리를 자르게 한다. 실연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헤어져야 만나는 것 아닌가."
- 소설 뒷부분에서 등장하는 도쿄라는 공간은 무얼 상징하는가.
"도쿄는 이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배경이다. 방사능 영향을 받고 정전된 도쿄에서 남녀주인공은 만난다. 그 공간이 주인공들의 내면을 드러내기 좋다고 생각했다. 아주 현실적인 인물인 미도는 비행기 티켓값이 싸기만 하면 어디든 가는 인물이다. 꿈과 목표를 구별 못하는 요즘 사람들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