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여자가 갑인 세상에서 아무리 연기지만 흔쾌히 살을 찌우겠다고 선언하는 여배우는 흔치 않다. 배우 이소정(25)은 그래서 주목받을 만하다. 영화 '통통한 혁명'에서 이소정은 오버사이즈 인간들을 세상에서 가장 혐오했지만 좋아하는 남자의 이상형이 통통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체중증량 프로젝트에 나선 도아라 역을 맡아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실감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20kg이나 늘렸다는 '용감한' 그녀를 만났다.
-엄친딸로 소문났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1학년때까지 영국, 캐나다에서 살았다. 덕분에 영어, 불어, 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가 가능하다."
-아무리 연기지만 20kg이나 증량하는건 쉽지 않았을텐데.
"김아중의 '미녀는 괴로워'처럼 특수 분장을 할 수도 있었지만 저예산 영화다 보니 예산이 빠듯했다. 감독님이 첫 미팅때 내걸었던 조건이 정말로 찌워야한다는 거였다. 소속사에서 한달 반 정도 시간이 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다. 지나고 보니 좀 무모했었나라는 생각은 들더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됐는데.
"감독님이 나에게 확신을 갖지 못했다. 오히려 감독님께 내가 매달렸다. 첫 장편 주연이라 기회를 잡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여자배우가 특수분장 없이 이런 이유로 살을 찌우는 내용의 영화가 또 나올까 싶었다."
-몸무게를 줄이는 것도 어렵지만 늘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살찌우기 프로젝트를 위해 전문가와 상담했다. 1kg찌우려면 하루에 7000칼로리를 먹어야한다더라. 여자 하루 권장량이 2000칼로리인데 그것의 네배다. 밥 두공기에 스팸한통, 라면 하나, 셰이크 등을 하루에 다섯차례씩 먹었다. 피자도 패밀리 사이즈 한판씩 먹었다. 그런데 워낙 살이 찌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하루에 1만 칼로리를 먹어도 다음날 오히려 빠져있는 날도 있었다."
-괴로웠겠다.
"한번은 장이 꼬여서 응급실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미련하다는듯 쳐다보더라. '장에 빈틈이 없다, 소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쌓이고 또 쌓이고 하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하더라. 촬영 때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소화제도 처방하지 않고 그냥 쉬라고 하셨다. 그날 하루 쉬고 다음날 다시 촬영했는데 숨도 못쉴 정도로 힘들었다. 오죽하면 비닐봉지를 이용해 숨을 쉬기도 했다."
-실제로 남자친구를 위해 살을 찌울 수 있겠나.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은 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내가 살집있는 남자를 좋아해서 남자 친구가 생기면 덩치를 키우길 강요했다. 그러면 그들은 열심히 운동도 하고 살도 찌웠다. 나중에 헤어지고 우연히 만나 물어보니 '너 때문에 나만 몸버렸다'는 원망을 하더라."
-그러면 도아라가 이해되겠다.
"흔하지는 않지만 가능은 하다고 생각한다. 극중 아라는 남자를 위해 직업까지도 포기하는데 살 정도 못찌우겠나."
-앞으로의 계획은.
"배우로 데뷔했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장르가 코미디다. 망가지는 것에 맛을 들인 것 같다. 여배우로서 예뻐보여야 하는 것에 신경 하나도 안써도 되는것, 화장 번지고 머리가 망가지더라도 자유롭고 재미있게 찍을 수 있는 것을 해보고 싶다. 얼굴이 좀 쎄보여서 하얗게 분칠하고 머리 내리면 공포스런 분위기도 자연스레 조성된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