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만의 메달에 도전하는 한국여자배구가 2012 런던올림픽에서 '몬트리올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한국은 1976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뒤 한 번도 메달 사냥에 성공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는 본선 진출조차 좌절됐다.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예선에서 일본·쿠바 등 난적들을 꺾고 8년 만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반드시 메달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김형실(61) 여자배구대표팀 감독은 "첫 경기인 미국전 1세트가 중요하다"고 했다.
조별예선 목표는 3승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랭킹 13위인 한국은 1위 미국과 2위 브라질을 비롯해 중국(5위), 세르비아(6위), 터키(11위)와 함께 B조에 속했다. 미국-세르비아-브라질-터키-중국 순으로 5경기를 치르는 한국은 6팀 중 4위 안에 들어야 8강 토너먼트에 오를 수 있다. 목표는 3승, 타깃은 세르비아와 터키, 중국이다. 그러나 29일 오전 4시(한국시간)에 열리는 미국과의 1차전 1세트 결과에 따라 타깃이 바뀔 수도 있다. 김형실 감독은 "미국은 세계 최강의 팀이지만 30세가 넘는 고령 선수들이 많다"며 "첫 경기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이거나 젊은 선수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과감하게 미국전에 승부를 걸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 감독은 지난 5월19일 쿠바와 치른 예선 1차전에서 1세트 쿠바가 흔들리자 올인 전략을 택해 승리를 따내고 예선 리그를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었다. 한국은 미국과 상대전적 22승27패로 다소 밀리고 있으나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지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1승1패로 팽팽히 맞섰다.
자신감의 원인은 '김연경 효과'
김형실 감독은 B조 6개 팀 중 한국의 세계랭킹이 가장 낮지만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감의 원인은 '월드스타' 김연경(24)이다. 김 감독은 "세계 최고의 레프트인 김연경이 실제로 해결해주는 것도 많지만 함께 뛰는 동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선수단 내에 '(김)연경이와 함께라면 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런 자신감이 강팀들과의 승부에서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흥국생명과의 해외이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올림픽 기간 중에는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연경이가 힘든 가운데서도 내색하지 않고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며 "주전 선수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해 부상에서 회복됐기 때문에 '김연경 효과'가 확실하게 발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그랑프리 첫 경기인 쿠바전에서 오른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던 라이트 황연주도 회복됐고, 어깨 부상으로 중국 전지훈련에 불참했던 세터 김사니도 돌아왔다. 김 감독은 "올림픽을 위해 그랑프리는 솔직히 힘을 빼고 치렀다. 덕분에 지금은 온전한 전력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며 "미국전 1세트가 중요하다. 힘을 빼고 2차전 세르비아전을 선택할 수도, 올인해서 승부를 걸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