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곡의 신곡과 6곡의 리메이크곡이 포함된 스페셜 앨범 '올드 앤 뉴'(Old&New)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못됐다 사랑'은 2009년 발표한 첫 번째 스페셜 앨범의 히트곡 '사랑 그 놈'을 작곡한 박선주가 썼다. 무명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사이인 만큼 바비킴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작곡가라는 설명.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 외에도 조용필 '추억속의 재회' 윤미래 '시간이 흐른 뒤' 등 전 곡이 사랑 노래로 채워졌다. R&B 대부, 솔의 대부, 힙합계의 대부라는 별명을 따를 만큼 다양한 음악을 소화했고 그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보컬리스트 바비킴의 매력은 사랑을 노래하는 스페셜 앨범에서 온전히 살아난다는 평가. 마흔을 한 해 앞둔 노총각의 진한 감성이 묻어나기 때문은 아닐까.
-스페셜 앨범은 '사랑 그놈' 이후 굉장히 오랜만이다.
"3년 만이다. '사랑 그놈'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고, 스페셜 앨범에서는 온전히 보컬리스트 목소리의 매력만 뽐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앨범에 수록된 신곡과 리메이크 곡 모두 사랑이야기로 채워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메이크 선곡은 어떤 식으로 진행됐나.
"작곡가 하광훈의 동생인 하광석이 선곡했다. 나와는 오래 작업해서 내 색깔을 누구보다 날 잘 알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사랑받았던 조용필 선배님의 '추억속의 재회'같은 곡들과 절친 윤미래의 '시간이 흐른 뒤' 같은 곡들은 나와 인연이 있어서 넣었다. 이름있는 미국의 세션맨들과 작업해 퀄리티를 보증한다. "
-흥행 보증 수표인 '바비킴표 발라드'가 많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다. 나만의 작곡 스타일이 뚜렷해서 이런 스페셜 앨범 작업을 하면 항상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흥행이 되는 곡이라기보다는 나조차 신선한 곡이지만 오히려 팬들이 좋아해 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소나무'나 '사랑 그놈'도 사실 내 스타일의 곡이 아니라서 마니아층이 실망할까봐 걱정했던 곡들이었다."
-타이틀곡 '못됐다 사랑'은 멘토 박선주와 작업했다.
"선주 누나는 음악 외적으로도 자주 만나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였다. 물론 결혼을 해서 그런 기회가 줄어들 것 같다. 누나도 외국 생활을 오래해서 고생하는 날 많이 도왔다. 술도 많이 사줬고 조언도 많이 해줬다. '네 음악에는 특색이 있어. 잘 되지 않고 누가 뭐라고 해도 고집을 부려'라고 자신감을 심어줬다. 결과적으로 누나가 써준 '사랑 그놈'으로 성공을 맛봤다."
-'추억속의 재회'를 한다고 했을 때 조용필이 흔쾌히 허락하던가.
"정말 고마운 부분이다. 사실 '나는 가수다'에서 조용필 특집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성사될지 몰랐다. 2위까지 했던 곡이라 이번 앨범에 넣고 싶었다. 워낙 대선배라 직접 전화는 드리지 못하고 옆에서 듣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한 번에 오케이를 했다. '나가수'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다면 거절당했을지도 모른다. 하하."
-윤미래는 뭐라고 하던가.
"'시간이 흐른 뒤'의 분위기를 싹 바꿔서 리메이크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알아서 해, 나중에 맛있는 밥이나 사줘'라고 하더라. 윤미래·타이거JK 부부에 조단까지 사주고 싶다. 무명 때부터 친했는데 지금까지는 두 친구가 밥을 다 샀다. 이젠 내가 쏠 때도 됐다."
-결혼은 언제쯤 계획하고 있나.
"여자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다. 그런 착각 때문에 차인 적도 여러 번이다. 서른아홉살 싱글이라 바람둥이 이미지도 있는데 오해다. 속마음이 훤히 읽히는 평범한 남자다. 요즘에는 화장실에 칫솔이 두 개 걸려있는 것을 보면 부러울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공개 연애'도 자신있다."
-R&B·힙합·소울 등 흑인 음악 장르만 들어가면 '대부' 소리를 듣는다.
"알고는 있는데 이런 이야기하면 후배들이 비웃을 것이다. 나도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내가 한국에서 흑인 음악을 처음으로 한 사람도 아니고 학술적으로 공부한 교수도 아니지 않나. 다이나믹 듀오 개코가 '랩 할아버지'라는 별명을 지어줬는데 그 정도는 인정한다. 오래한 편이고, 목소리 톤도 할아버지 같다."
-최근 '힙합판 나가수'라는 엠넷 '쇼 미더 머니'가 화제다.
"'쇼 미더 머니'에 출연하는 친구들이 90년대 후반 힙합 붐이 일었을 때 같이 활동하던 래퍼들이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때 생각도 많이 한다. 항상 조인 콘서트가 끝나면 리쌍·다이나믹 듀오·DJ DOC 같은 친구들이랑 즐겁게 추억을 쌓았다. 식당에서 술 한 잔하면 프리스타일 랩이 터졌다. 그러다 식당에서 쫓겨난 적도 여러 번이다. 이런 프로그램으로 힙합하는 친구들이 알려져 기쁘다."
-요즘 관심을 갖는 보컬리스트는.
"버스커버스커가 특색이 있더라. 노래가 좋아서 검색하게 되고 결국엔 CD까지 찾아 듣게 됐다. 신인 그룹이지만 가요계에서 같이 일한다는 것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에게는 선입견이 있는데 난 생각이 다르다. 좋은 것은 그냥 좋은 것이다. 시기하지 말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