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물을 뿌려. 그럼 여자가 돌아보게 돼 있어. 그 때 딱 한마디 해! '꽃에 물을 준 건데요!' 그러면 여자가 '어머 너무 멋있어!'이 때 또 한마디 해! '나랑 살자!' 이게 임팩트!"
납득 안 가게 속사포로 던지는 90년대의 연애학 강사 납뜩이는 영화 속 조연을 패러디한 캐릭터지만, 실제로 이런 연애학 강사는 존재한다. 작업의 방식, 어투, 매너, 방법을 조언하는 이런 강의는 ‘연애학원’뿐 아니라 사설 강의나 과외도 있는데 여자와 만나 키스하는 법, 섹스하는 법, 바람 피는 법을 가르친다고 한다. 상담만 받는 것은 이메일 기준으로 8만원 정도부터 있지만 실전 과외는 선불 현금가 300만원을 호가한다.
이른바 '픽업 아티스트'라고 부르는데 초창기에는 외국 연애학 서적을 번역해서 소개하다가 요새는 직접 활동을 한다. 강남 유명한 클럽에 상주하고 카페 회원을 많이 거느리고 있는 게 특징인데 이 방면의 ‘스타’로 등극하면 추종하는 회원이 10만명이 넘는 곳도 있으며 그러한 인터넷 카페에는 주로 카페에서나 클럽에서의 ‘원나잇’ 강의 정보가 넘쳐난다.
그런데 어떻게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강의하냐고? 일단 치고 빠지는 첫인상에서 호감을 주는 스킬을 이렇게 안내한다. 집에서 뒹굴거리면서도 오늘 못 만다는 핑계를 위해 “할머니 생신이라 엄마랑 셋이 공연보기로 해서 공항에 마중 나가야 한다”고 둘러대라는 것이다. 할머니 생신까지 챙기는 자상함에 엄마와 잘 어울리는 엄친아에 공항을 이용할 정도의 재력가라는 이미지가 생겨 좀처럼 그 이미지가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나이트클럽이나 카페에서 맘에 드는 여자를 발견했을 때 ‘합석해도 될까요?" 이렇게 묻지 말고 일단 먼저 옆에 앉은 뒤에 "앉아도 되죠?" 이렇게 저돌적으로 나가라고 가르친다. 물론 세련된 코디에 스타일링은 기본이다. 이게 나름대로 몇 만 건의 사례에 심리를 분석한 체계적인 노하우인데다 여러 번 사용하면 얻어걸리더라도 될 확률이 작용한다고.
어이없는 논리로 보이지만 체험기와 성공사례가 나오면서 추종자와 열성팬도 속출한다. 문제는 이게 너무 커져서 이제 ‘마녀’가 나타났다. 마녀란 픽업아티스트를 알아보고 미리 반응하는 여자를 말한다. 자기 애인이 바람피거나, 딴 여자 사귀려고 카페를 들락거리는 걸 알아챈 여자도 있고, 픽업아티스트를 미리 알아보고 '디스'한 여자도 있다.
학교 다닐 때도 ‘납뜩이’가 있었다. 여자는 모두 꼬실 수 있다고 떠벌이던 그 남학생. 나중에 군대에서 휴가 나와 아무 동기도 만나주지 않는다고 울면서 복귀했다고 들었다. 섣부른 작업으로 ‘납득’시켜 꼬시려는 남자들을 마녀라서 발굴하는 게 아니다. 그런 몇 마디로 여자들이 다 넘어간다고 믿는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 그건 그렇고, '건축학개론'의 그 ‘납득이’는 20년 뒤 어떻게 되었을까.
이영미는?
만화 '아색기가' 스토리 작가이자 '란제리스타일북' 저자, 성교육 강사, 성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