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 퇴출'로 시작된 '티아라 사태'가 6일로 일주일째를 맞았다. 지난 달 30일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가 화영과 계약해지를 발표하며 시작된 이번 사태는 '소속사 vs 팬'의 대결 구도로 번지며 온라인을 시끄럽게 달궜다. 하지만 4일로 예고됐던 안티팬들의 거리 시위가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고, 김광수 대표도 "화영 문제와 관련해 석연찮은 설명으로 오해를 불러오고 왕따설이 번지게 해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밝히며 '티아라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일주일 간 올림픽 열기마저 누르고 연예가의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티아라 사태'를 되돌아 봤다.
왜 이렇게 난리였을까 '티아라 사태'의 폭발력은 엄청났다. 30일 소속사의 화영 퇴출 발표 후 온라인 실시간 검색어는 10위권에 7~8개가 티아라 관련이었다. '티아라' '왕따''화영''김광수'등이 실시간 검색어를 도배했고 수백여 개의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팬들의 대응도 번개 같았다.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는 반나절 만에 회원수 30만명을 훌쩍 넘었다. 팬들이 순식간에 모두 안티로 돌아서는 희귀한 풍경이 연출됐다. '티아라가 원래 이렇게 엄청난 팬덤을 가진 그룹이었냐'며 네티즌들도 놀라워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폭발적인 반응의 배경에는 '왕따'라는 사회적 이슈,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소통 문화 등이 화학 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 씨는 "안그래도 요즘 왕따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다. 화영이 팀내 왕따의 피해자였다는 루머가 돌자 십대들의 반응이 더 극렬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이번 사태를 통해 왕따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왕따 당할 만하다'는 시각이 강했지만 네티즌 대부분이 '문제가 있더라도 왕따는 안된다. 함께 안고 가야한다'는 의견이 보이더라. 하지만 소속사는 '불성실하면 퇴출해도 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 네티즌과 더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실제로 학부모단체까지 티아라의 '왕따'문제에 민감해 했다. 학부모정보감시단 측은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아이돌 그룹에서 왕따 피해자가 쫓겨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악영향이 엄청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티아라 소속사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한 팬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회원 대부분이 티아라의 팬이 아니다. '집단 따돌림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모인 것"이라며 왕따 문제에 주목했다.
또 이번 사태의 폭발력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보고 댓글을 달고, 퍼나르는 '속도'덕분에 위력적이었다. 한 유명기획사 대표는 "온라인에 올라온 글이 허위인지 사실인지 확인할 겨를도 없이 삽시간이 글이 퍼지고 루머가 사실이 돼 버린다"면서 "그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진행돼 소속사에서도 소문을 따라가며 수습할 겨를이 없어 정확히 대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티아라 사태가 남긴 점 티아라 화영 논란이 벌어지자 아이돌 그룹을 키우는 기획사들도 내부 단속에 신경쓰는 눈치다. 한 걸그룹 매니저는 "사실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 비슷한 갈등을 겪을 거다. 비슷한 또래에 '내가 제일 이쁘다'란 자신감으로 스타를 꿈꾸는 친구들이 모여 경쟁을 하다보니 튀기 위해 싸우는 경우는 허다하다"면서 "갈등을 없앨수는 없으니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스태프와 멤버들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최영균 씨는 "멤버들의 나이가 어리고 가족과 떨어져 살고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소속사 스태프들와 멤버들이 '유사가족'기능을 해줘야 한다.
경쟁에만 내몰린 멤버들에게 감정적인 위안을 줘야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비스트·포미닛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 등 몇몇 기획사에서는 심리치료사, 정신과 전문의과 상담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는 등 스타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인성과 품성 교육 등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티아라 사태를 통해 케이팝 열기를 탄 아이돌 양성 시스템에 대한 반성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중음악평론가 성우진 씨는 "이번 사건 때문에 아이돌에 대한 안티시선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피로감으로 인해 음원차트에서도 아이돌이 별로 이슈를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 티아라 사태가 불거졌다"면서 "자생적으로 멤버들이 팀을 이뤄 나오는 게 아니라 기획사의 생산품으로 가수가 나오는 시스템이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 기획상품이다 보니 갈등이 있어도 멤버들이 스스로 이겨낼 상황이 안되는 것이다. 무분별한 아이돌 양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할 때"라고 꼬집었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