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기간중 방송가에는 특수를 누린 프로그램과 낭패를 당한 프로그램이 속출했다. 재빠르게 올림픽 열기에 편승해 높은 시청률과 함께 호평을 끌어낸 프로그램이 있는가하면 대중의 관심이 올림픽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외면당한 프로그램도 있다. 4년만에 돌아온 전세계인의 축제는 우리 방송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업! '골든타임' '해운대 연인들' 드라마 팬 끌어들이며 특수 누려
MBC 월화극 '골든타임'은 올림픽 특수를 누린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KBS와 SBS가 올림픽 중계 및 특집방송 관계로 새 월화극 방송을 미룬 사이 홀로 전파를 타 드라마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7일 하루만 결방됐을 뿐 올림픽 기간 내내 정상방송돼 탄탄한 고정시청자층을 확보했다. 14%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까지 시청률을 끌어올린 것은 물론이고 내용면에서도 호평받았다. 올림픽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KBS 2TV 월화극 '해운대 연인들'도 올림픽 기간에 첫방송을 시작해 '의외의 소득'을 얻었다. 6일 첫회에서 9.8%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인데 이어 2회는 12.1%까지 치솟았다. 동시간대 1위로 앞서가던 '골든타임'이 올림픽 중계 관계로 결방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조여정 등 출연 배우들의 어색한 사투리 연기와 개연성 없는 전개 등에 대한 혹평이 이어졌지만 일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MBC '무한도전'은 7주년을 넘긴 장수 예능으로서의 입지를 또 한번 확인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올림픽중계 때문에 두 시간이나 앞당겨져 4시대에 전파를 탔는데도 10.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갑작스럽게 방송시간이 변경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만만치않은 기록이다. 4일 방송 역시 올림픽 중계 때문에 제 시간을 지키지 못했다. 중계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전파를 타는 등 변수가 많았지만 13.6%까지 시청률이 올랐다. 한 방송 관계자는 "편성이 들쑥날쑥하는데도 이 정도의 시청률을 유지하는 건 그만큼 마니아층이 탄탄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는 발빠른 대처능력을 발휘했다. 이경규와 한혜진 등 출연진을 이끌고 런던으로 날아가 선수들을 만나고 경기 뒷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4일 방송에서 올림픽 공기소총 남자 10m 결승전 중 진종오 선수의 금메달이 확정되자마자 큰 소리로 환호하다가 '비매너 응원'이란 비난을 들었지만 프로그램 자체로서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들었다. 시청률도 13.1%를 보였다.
▶다운! '유령' '신사의 품격' 종영 2회 앞두고 결방 낭패
SBS 수목극 '유령'은 종영을 2회 앞두고 2주간 결방돼 낭패를 당했다. 18회에서 주인공 소지섭이 자신과 대치하던 범인으로 엄기준을 지목하는 등 빠른 전개를 보이면서 몰입도를 높였지만 오랫동안 전파를 타지 못해 시청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갑작스럽게 흐름이 끊어질 경우 제작진 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는 노릇. '유령'의 한 관계자도 "단순히 시청률이 문제가 아니라 잘 유지해오던 긴장감이 흐트러졌다는게 아쉽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유령'을 보는 재미가 떨어졌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SBS 주말극 '신사의 품격'도 피해를 입었다. '유령'과 마찬가지로 종영 2회를 앞두고 결방이 결정됐다. 윤진이를 사이에 두고 김민종과 김수로의 갈등이 커져가는 등 다양한 재미를 주면서 화제를 모으던 중에 편성에서 빠져 팬들의 원성을 들었다.
KBS 2TV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도 시청률이 뚝 떨어졌다. 지난 5일 방송은 30.1%, 4일 방송은 27.5%를 기록했다. 앞서 40%대를 훌쩍 뛰어넘은 '국민드라마'의 시청률이라고 하기엔 아쉬운 성적이다. '넝굴당'의 제작진은 "전세계인의 축제 때문에 생긴 일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하면서도 "아무 변수없이 꾸준히 정상방송됐다면 자체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면서 승승장구했을텐데 안타깝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KBS 2TV '톱밴드'도 피해자다. 지난달 28일부터 3주간 결방됐다. 16강전을 진행하던 중에 모든 일정이 '올스톱'돼 김이 빠졌다. 한창 열기를 고조시켜야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차원에서 생각한다면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