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상태에서 수말과 암말 중 어느 쪽이 우두머리가 되느냐에 따라 권력형태가 바뀌게 된다. 수말이 우두머리가 되는 경우에는 일종의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띄지만 암말인 경우에는 내각제 형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게 된다.
수말이 우두머리가 되면 수말에게 절대권력이 주어진다. 물론 무리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결정할 때에는 무리내에서 주로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그러나 권력반열에서 밀려난 노쇠말의 ‘노련한 감각’을 빌리기도 한다.
우두머리 수말은 국방력 강화를 위한 첨병 배치 및 무리내 서열 결정 등에 대해서도 깊숙하게 개입한다. 일종의 내각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서열 파괴 현상을 불러오거나 무리내에서 소란을 피우는 말들에게는 그것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곤 한다. 혹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동요를 일으켜 무리의 평화를 깨뜨리는 경우에도 제재조치를 취한다. 입법 사법권을 동시에 행사는 것이다.
이런 절대권력은 생명을 건 치열한 싸움에서 탄생된다. 권좌에 오리기위해 여러 수말들과 리그전을 치른 뒤 마지막 대항마를 물리쳐 그 자리를 쟁취하기 때문에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된다. 권좌에 오르기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결투를 벌여 승리를 거머쥔 탓에 보응인사란 결코 있을 수 없다.
이런 절대권력에 도전하거나 저항하는 또다른 수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응분의 조치를 취한다. 도전과 저항은 대략 두가지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발정기 때 무리내 암말을 호시탐탐 넘보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저항의 형태는 서열다툼으로도 나타난다. 기존의 서열체계에 반기를 들고 나서는 말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주로 암말들이 해당된다. 서열이 바뀌면 다툼이 일어나고 그 다툼은 무리내의 평화를 뒤흔들기도 한다. 이 때 우두머리 수말이 나서 평정하곤 한다.
암말 우두머리인 경우에는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혼합형 권력형태’ 구조를 띈다. 모계혈통중심의 모계사회와 권력이 암말에게 쏠려있는 모권사회, 그리고 일부 부계사회의 요소까지 포괄하는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발정기 때 우두머리 암말이 어느 수말을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두머리 수말의 권력구조에서는 모든 암말은 그 수말의 몫이기 때문에 암말은 수말을 선택할 권한 자체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우두머리 암말 사회에서는 암말이 수말을 선택하는 권한을 쥐게 된다. 이는 말들의 사회에서는 혁명적 권력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우두머리 암말의 선택은 대를 이어 우두머리 수말을 출산하기위한 권력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