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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남박사의 말이야기 117. 머니 게임
우리나라 선수가 올림픽 승마경기에 출전해 메달을 딴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렵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승마는 단 한 종목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승마는 우선 말이 중요하다. 올림픽 승마경기에 출전하는 말은 지구상 최고의 말이나 다름없다. 누가 이 말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등급이 높다고 해서 무작정 올림픽 승마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구성맴버인 국제승마연맹(FEI)이 인정하는 승마경기에 출전해 꾸준히 마일리지를 쌓아야 한다. 마일리지를 확보한 선수끼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경쟁을 벌인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마장마술 기대주라 할 수 있는 김동선(23·갤러리아승마단)이 이번 런던올림픽 출전 선수 중 최고령자인 71세의 일본 오케츠 히로시에게 출전 티켓을 내준 탓에 올림픽 승마 출전이 좌절됐다.
올림픽에 출전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의 말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말을 소유하지 못하면 렌탈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2~3마리를 렌탈해 대략 6개월 전부터 현지에서 선수와 호흡을 맞춘다.
순수 렌탈 비용과 말이 숙박하는 마사대부료, 훈련 장소인 마장 사용료 및 사료비용 그리고 수의사와 마필관리사 등의 인건비, 선수말에 대한 상해 혹은 사망에 따른 보험료 등을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다.
올림픽 출전말들은 대게 명성 높은 저명 인사나 이른바 부호들의 소유가 대부분이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말인 '라펠카'는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미트 롬니 부인의 애마다. 이런 말에 값을 매기는 것은 마주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행위나 다름없다. 말값이 최하 100억원 이상으로 워낙 높기 때문에 책정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선수말 뿐만 아니라 대부부의 기수 역시 억만장자 그룹에 속한다. 미국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의 딸 조지나 불룸버그, 미국의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딸 제시카, 구찌 모델이자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의 손녀딸 샬롯 카시라기,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의 손녀딸 아시나 오나시스 루셀 등이 이번 올림픽 승마 대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자신의 애마와 호흡을 맞췄다.
우리나라 승마선수의 경우 이런 명성높은 선수말을 소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꿈속에서나 가능할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는 국제승마연맹이 인정하는 대회가 없어 해외에서 활동해야 한다. 유럽 특히 독일의 경우 국제승마대회가 매월 개최되곤 한다. 우리나라 선수는 유럽과 미국 등지를 떠돌며 이런 국제대회에 출전해 마일리지를 쌓아야 올림픽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승마에 대한 두터운 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록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선수가 세계 부호들이 소유한 최상급의 선수말을 대여해 출전한다 해도 메달을 목에 걸기는 쉽지 않다.
승마의 각 종목에서 국제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제적 승마지도자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말산업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말산업 분야에서 승마가 차지하는 영역은 아직은 미약하다. 그러나 경마매출이 한 해에 7조 5000억원 정도에 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승마 매출 역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그 규모는 엄청난 달라질 것이다. 거시적이고 전문적인 승마정책이 가미되면 승마 매출이 경마 매출을 넘보는 시기도 분명히 올 수 있다.
남병곤 제주대석좌교수(승마역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