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두산전이 우천 연기된 22일 대구구장. 비 내리는 그라운드에서 러닝을 하는 선수들을 바라보던 류중일(49) 삼성 감독이 고(故) 장효조 전 삼성 2군 감독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장효조 선배는 야구, 그것도 치는 것만 기가 막히게 잘 하셨다. 다른 건 진짜 하나도 못하셨다고."
다른 운동이나 취미에 관심이 없고 오직 야구만 했다는 것. 요즘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야구선수도 '제2종목' 연마에 부지런하다.
삼성 박한이(33)는 배드민턴 예찬론자다. 박한이는 "지난 비시즌부터 배드민턴 동호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복식·단식으로 나눠 치면서 음료수 내기도 하는 재미가 있더라.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하며 사는 이야기 하는 맛도 있더라"고 말했다.
그는 배드민턴이 야구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박한이는 "배드민턴 코트에 라인이 두 줄(롱서비스드·백 바운더리 라인)이 있다. 결국 그 안에서 효과적으로 놀아야 한다"며 "빠르게 날아다니는 공을 쫓아다니다 보면 순발력과 반응 센스가 길러진다"고 했다.
박한이는 이번 시즌 80경기에서 타율 0.308, 90안타 36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시범경기 때 왼 허벅지 근육이 찢어져 남들보다 시즌을 늦게 출발했지만 타율 6위, 출루율 7위(0.392)에 올라있다. 팀 내 고참급에 속하는 그는 "힘들다고 빠지면 나약해진다"며 "배드민턴을 할 때 뛰는 양이 상당하다. 나도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한 후 3분 만에 쓰러졌다"고 웃었다.
롯데 손아섭(24)은 이번 겨울 UFC(이종격투기) 도전(?)을 구상 중이다. 물론 농담이 팔할이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겨울만 되면 체육관으로 달려갔다. 다이어트 겸 시작한 복싱에 취미를 붙였다"며 "복싱의 발 스텝이 타격 박자감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소 운동이다. 심폐지구력도 향상시키고 체중 조절에도 그만이다"고 설명했다.
손아섭은 야구를 잘하기 위해 휴대전화번호를 수십 번씩 바꾸고, 개명(종전 손광민)까지 했다. 그는 "새롭게 도전하는 걸 즐긴다. 올 겨울에는 브라질 무술인 주짓수를 배워서 UFC에 도전해볼까"라며 웃었다.
프로야구는 주 6일 열린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시즌 중에는 '제2종목'을 즐기기 어려운 이유다. 박한이와 손아섭은 "시즌이 끝난 겨울에 다시 배드민턴 코트와 체육관으로 향하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