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이란 수식을 달기엔 차고 넘친다. 경력도, 음악적 깊이도. 남성 3인조 팬텀(키겐·한해·산체스)이 데뷔 앨범 '팬텀시티'를 발표했다. 평균연령은 27세. 퍼포먼스와는 거리가 먼 이들은 세 멤버가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으로 짱짱한 실력을 과시한다. 유명 작곡가 김도훈과 래퍼 라이머가 발굴한 그룹이지만 음악은 모두 멤버들의 손에서 탄생했을 만큼 소속사의 음악적인 신뢰가 전폭적이다. 힙합·일렉트로닉·발라드·R&B 등이 듣기좋게 섞인 음악을 내세웠다.
"또 남자그룹이냐"며 아이돌 피로감을 호소했던 가요프로그램 PD들은 "색다른 그룹"이라며 반색이다. 부산·일본·뉴질랜드에서 자란, 각기 개성 넘치는 세 남자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세 남자가 만들어 내는 독특한 음악이 최대강점"이라고 말한다.
-우선 멤버 소개먼저 하자.
"일본 나고야 출생이다. 재일교포 3세인데 열살 때 부산으로 와 한국에서 줄곧 살았다. 일본어과를 다녔는데 교수님 보다 발음은 좋았다. 어렸을 땐 일본에서 자랐다는 것때문에 친구들한테 놀림도 받고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부터 작곡을 하고 가수를 여러차례 준비했는데 모두 완벽한 실패였다. 가수로는 계속 실패했는데 작곡가로 일하며 가수의 꿈을 키워왔다."(키겐)
"초등학교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가수가 되기 위해 다시 왔다. 오클랜드 대학 법대에 다니고 있다. 스무살 때 한국에 와서 가수가 되려 도전을 했다가 길을 찾지 못해 다시 돌아갔다. 친동생이 남성듀오 올블랙의 멤버 마이크로 닷이다. 우리 형까지 음악을 좋아해 삼형제가 함께 음악을 듣고 만들어 왔다."(산체스)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가수가 되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아르바이트 하며 실용음악학원에서 공부했다. 가요계에 인맥도 없고 방법도 없어서 조피디 형님에게 쪽지를 보냈다. '안 뽑으면 후회하실 거라'는 내용이었는데 데모를 만들어 보내라는 답장이 왔다. 운좋게 합격해 이 자리까지 온거다. 이 팀 전에 블락비의 원년멤버였다."(한해)
-산체스와 키겐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가수로 이 회사 저 회사를 전전 할 때 만났던 사이다. 산체스랑 함께 연습생 이었는데 가수로 데뷔할 방법이 없자 산체스는 뉴질랜드로 돌아갔었다. 2009년 라이머 형이랑 팀을 만들어 보려고 팀원을 구하다 노래 잘 하는 애가 있다고 내가 추천해서 데리고 왔다."(키겐)
-키겐은 작곡가로 유명하다.
"작곡은 정말 오래했는데 곡이 팔리기 시작한 건 얼마 안됐다. 저작권 통장에 500원이 찍힌 달도 있다. 먹고살 방법이 없어서 일본어 통번역 아르바이트로 음악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라이머 형을 만나고 버벌진트의 '충분히 예뻐'등이 흥행이 되면서 조금 살만해 진거다. 김진표의 '아저씨'도 최근작이다."
-타이틀곡 '버닝'을 소개해 달라.
"하이브리드 힙합곡이다. 강렬한 기타 리프에 노래 잘하는 산체스의 보컬이 듣기 좋은 곡이다. 사랑에 대한 미련과 그림움을 꺼지지 않는 불씨에 비유해 불타버리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는 거다. 뮤직비디오는 불꽃을 표현하기 위해 철거촌에서 불이 난 장면을 촬영했다. 한여름이었는데 새벽애 촬영을 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아쉽게도 촬영을 했던 곳을 바로 다음날 모두 철거가 됐더라."(키겐)
-'아이스(ICE)'는 김연아 선수의 광고 삽입곡으로 인기였는데.
"진짜 얻어걸렸다. 주류광고에 실리면서 덕분에 홍보가 많이 됐다. 보니엠의 'Gotta Gohome'을 샘플링한 곡이라 친숙한 느낌이 드실거다. 런던올림픽 시상식 전에 보니엠 노래가 나오니 팬들이 우리 노래가 나오는 지 아시더라. "(산체스)
- 아이돌 꽃미남들이 대세다. 나이도 많고 팀컬러도 다르다.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우린 다르니까. 우린 예쁘지도 않고 어리지도 않다. 음악을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밖에 자랑거리가 없다. 하지만 이미 아이돌은 포화상태니 우리에게는 더 좋은 기회아닐까. 다행히 산체스가 '충분히 예뻐' 보컬로 활동을 해 버벌진트 팬들이 우릴 응원해 준다. 한명이라도 팬이 있는 무대에 서니 얼마나 좋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