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데뷔한 새내기 이신영 조교사는 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다. '최초의 여자기수' '여자기수 최초 대상경주 출전' '최초 여자조교사' '여자조교사 최초 특별경주 우승' 등등. 이 조교사에게 최근 수식어가 하나 더 붙었다. '예쁜 조교사'다. 원래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 조교사였기에 '예쁘다'란 수식어가 새로울 것은 없다. 이번에 붙은 수식어는 '얼굴이 예쁜 조교사'가 아니라 마사 운영과 행동이 '참하다'는 의미다.
터프한 기수에서 부드러운 조교사로 변신
기수 시절 이 조교사의 이미지는 '터프'였다. 기수후보생 선발을 위한 면접장에서 신고 있던 신발을 들어 면접관들에게 흔들어 보이며 "이미 신발이 헤지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당찬 모습을 보였고, 경주로에서도 선배 남자기수들에게 결코 밀리지않는 파이팅을 과시했다.
하지만 *마사를 지휘하는 총감독이 된 후 이 조교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승부하고 있다. '자율 관리'로 마방을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는데 그 바탕에는 여자특유의 부드러움이 깔려있다. 언제와 인화와 단결을 강조하며, 고생하는 마방 식구들에게 잔소리하기 보다는 적절한 비유와 솔선수범으로 화합을 이끌어내고 있다.
첫 '으뜸마사'상 수상
이신영 조교사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여러방면으로 성과를 냈다. 그 중 하나가 올들어 첫 시행된 마사 종합평가에서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으뜸마사'로 선정된 것.
KRA 서울경마공원은 올해부터 1년에 두 번씩 경주마 훈련시설 개선, 마필관계자 안전수칙 준수 여부, 정부정책 참여도(에너지 절감 노력) 등 총 24개 항목을 종합평가하여 최우수 마사를 선정하고 있는데 첫 수상자로 14조 이신영 조교사(으뜸마사상)와 43조 서정하 조교사(모범마사상)가 뽑혔다.
으뜸마사에는 마방 2칸이, 모범마사에는 마방 1칸을 추가 운영토록 하며 현판증정, 마방시설 개보수 비용을 지원했다. 마방 한칸의 최저 가치가 연 1000만원이니 2000만원 상당의 상금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마방을 차지한 경주마가 어떤 좋은 성적을 거둘 지 아무도 몰라 그 가치는 수억원에 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조교사 마다 마방을 늘리기위해 애쓰는 점을 감안하면 으뜸마사로 선정돼 2칸의 마방을 추가받은 이 조교사로서는 횡재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칙칙한 마사분위기 환하게 개선
최우수 마사로 선정된 이 조교사의 14조 마사는 경주마 건강관리를 위해 사료 보관 창고를 별도로 설치, 13~14종의 강장제 등 영양사료를 갖춰놓고 경주마 힘들어 할 때마다 영양을 보충시켜주고 있다. 또 경주마를 위해 마방 벽에 페인트칠을 하고 직원 복지를 위해 사비를 털어 관리사 휴게실을 리모델링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마방의 내부는 경주마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갖가지 색의 페인트를 칠해 컬러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성적도 일취월장
2001년 7월에 조교사로 데뷔한 이신영 조교사는 지난해 8승으로 가능성을 보인데 이어 3월 한달 동안 15전 5승 2위 1회 복승률 40%으로 월간 최다승 조교사에 등극하는 등 올시즌 15승으로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다. 뛰어난 마사운영과 성실함이 알려지면서 믿고 경주마를 맡기는 마주들이 늘어, 데뷔 초 10여 마리에 불과하던 경주마가 지금은 30여마리로 늘었다.
기수시절 쌓은 풍부한 실전 경험에다 경주마와 기수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후배 김혜선 기수와 찰떡궁합을 보여주고 있으며 신형철, 함완식 등 베테랑 기수들을 적절하게 기용하는 노련함도 과시했다. 그 결과, 지난 4월에는 데뷔 7개월 만에 홀리몰리(4세 수말)로 SLTC(말레이시아)트로피 특별경주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신영 조교사는 “지금까지 마방 식구들이 기적에 가깝게 잘해줬다. 늘 고맙다”며 관리사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조교사는 또 “조교사의 역할은 경주마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인 것 같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고 배울 것이 많다”며 “올해 통산 20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마사=마굿간을 말하며 한 마사는 22~26개 마방으로 이뤄져있다. 각 마방에는 경주마 한마리가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