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이 꿈에 그리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진출이 눈앞에 왔다. 31일(이하 한국시간)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셀타 비고와의 임대계약서에 사인만 남겨두고 있다. 1년 임대 후 정식으로 이적을 논의하는 조건이다.
박주영에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 온 '꿈의 무대'지만, 한편으로는 향후 자신의 축구인생 방향을 결정할 심판대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박주영은 '답안지'를 미리 확보했다. 런던올림픽 본선 무대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새로운 도전의 성공 방식이 나온다.
◇'원샷원킬'이 필요하다
박주영의 새 소속팀 셀타 비고는 약체다. 6년 만에 1부리그로 승격해 여기저기 허점투성이다. 초반 전적 또한 2전 2패에 그치고 있다. 말라가와 레알 소시에다드를 상대로 각각 0-1, 1-2로 패했다.
올 시즌의 전체적인 그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많은 승점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술적으로도 선 수비 후 역습 이외에 다른 답이 없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설 박주영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불가피하다. 많지 않은 슈팅 기회를 살려 골을 엮어내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스위스전, 일본전 등 승부처에서 귀중한 골을 터뜨려 팀을 승리로 이끈 그 모습이 소속팀 경기에서도 나와줘야 한다.
◇이천수의 그림자를 떨쳐라
한국 선수에 대한 라 리가 안팎의 부정적 인식을 깨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이제껏 라 리가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는 두 명이다. 이천수가 2003년에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호진이 2006년에 라싱 산탄데르에 각각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부진했다. 특히나 이천수의 경우 누만시아로 임대됐다 원대 복귀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울산 현대로의 컴백을 허락해달라'며 떼를 써 레알 소시에다드 관계자들을 당황하게 했다.
이 또한 런던올림픽이 답이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박주영은 대회 기간 중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겸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도맡았다. 모든 선수들이 박주영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셀타 비고에서도 리더가 되어야 한다. 단순히 팀 분위기를 따라가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내년 다시 한 번 이적 시장에 나올 듯
원소속팀 아스널은 이적시장 마감에 쫓겨 박주영을 급하게 셀타로 임대보냈다. 임대계약서에 '올 시즌을 마친 후 완전 이적 여부를 논의한다'는 조항을 달았지만, 빠듯한 셀타의 재정 사정을 감안할 때 이적이 성사되긴 쉽지 않다. 냉정히 말해 내년 여름에 다시 한 번 유럽 이적 시장의 문을 노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점을 지나치게 의식해선 곤란하다. 잔류 기간과 상관없이 '내 팀'이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한다. 병역 스캔들과 관련한 고민을 짊어지고 런던으로 향했지만, 이를 철저히 잊고 주어진 도전에 몰두했던 그 모습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
◇셀타비고는 어떤 팀?
창단년도: 1923년 홈구장: 발라이도스(3만2500석) 최고성적: 정규리그 4위(1947~48·2002~03) 코파델레이 준우승 3회(1948·1994·2001) 2011-12 시즌 성적: 2부리그 2위(26승7무9패) 차지하며 프리메라리가로 승격 감독: 파코 에레라(스페인)